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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박연준 부부 시인

시를 쓰는 부부의 인연이 기묘하다. 부부 시인이 5년 만에 같은 출판사에서 연이어 시집을 냈다. 시인 장석주(69·오른쪽)·박연준(44·왼쪽). 지난달 말 장석주가 문학동네 시인선 208호 '꿈속에서 우는 사람'을 냈고, 지난 15일 박연준이 209호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을 출간했다. 시집 쪽수도 164쪽으로 같다.

믿기 어렵지만 우연이다. 이재현 문학동네 편집자는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두 시인에게 원고를 받았지만, 편집 과정에서 의도하지는 않았다는 것. 최종 교정지를 받아든 두 시인은 묘한 우연에 조금 소름 끼쳐 하면서도, '우리는 천생연분일 수밖에 없다'며 마주 보고 웃었다고 한다.

부부가 파주로 이사하고 내놓은 첫 시집이다. 함께한 일상이 은은히 묻어난다. '피로가 몰려오는 저녁/ 사랑은 우리의 쓸쓸한 관습,/ 우리는 등을 켠 거실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눈 키스를 하다가 잠이 들겠지' (장석주, '꿈속에서 우는 사람'). '결혼이란/ 오른쪽으로 행복한 사람과 왼쪽으로 불행한 사람이/ 한집에서 시간을 분갈이 하는 일'(박연준 '유월 정원').

때로는 서로의 흔적이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발레를 하는 부인이 시상(詩想)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마루에서 발뒤꿈치를 들고 척추를 세운다. 발끝에는 부리로 연신 햇빛을 쪼는 작은 새들이 산다'(장석주 '발레1'). 남편과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며 주고받은 농담이 시에 담긴다. '이것 봐,/ 다람쥐 두 마리는 더 주차할 수 있겠지?// 다람쥐뿐이야?/ 길고양이들 오토바이 한 대씩 세우고도 남겠네'(박연준 '주차장에서').

부부가 사는 공간은 같지만, 두 시인이 사는 세계는 나뉘어 있다. 그런데 같은 시어가 반복되면서 두 세계가 포개지기도 한다. 그 접점에 고양이가 있다. 파주로 이사하면서 유기묘 당주(4)와 헤세(2)가 부부의 일상에 새로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박연준은 "둘 다 고양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인간에서 집사가 됐다"며 웃었다. 장석주는 "각자 방에서 시를 쓰고 서로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는데, 고양이와 함께 사는 데서 오는 교감과 기쁨이 녹아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부부의 색은 완연히 구분된다. 둘은 자신만의 세계를 다지고 넓혀나가고 있다. 박연준은 작은 인간, 작은 우주, 작은 나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먼 곳으로 뻗어나간다. '작은 인간은 작은 우주를 들고 나간다 (중략) 아지랑이를 먹으면 죽는다,/ 누가 말하는데/ 작은 인간은 천천히 그것을 먹는다'(박연준 '작은 인간'). 박연준은 "개인의 슬픔,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그 바깥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장석주는 생을 관조한다. "나이 먹어감의 징표"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는 "젊은 시절의 격동이나 열정은 가라앉았지만, 대신 그걸 쥐는 힘은 더 세지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했다. '두부를 향한 식욕은 설레고 적막한 일이다. (중략) 우리는 두부에게서 비활동성의 능동과 모호한 데 없이 명료한 세계의 윤곽을 본다'(장석주 '두부1').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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