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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 후 원하는 업무에 배치… 인재 붙잡는 전략이죠

지난해 말 생활용품 판매 업체 한국 P&G에서 근무하다 육아휴직 중이던 손주라(36)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3개월 후 예정된 직무 복귀를 논의하기 위해 팀 매니저가 걸어온 전화였다. 손씨가 어떤 업무를 언제부터 하고 싶은지, 복귀 후 육아를 위해 앞으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서로 대화했다. 매니저는 손씨에게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어려움 없이 복귀하도록 회사가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손씨는 "복직이 다가오며 두려운 마음도 생겼지만, 휴직 복귀 시점과 돌아와서 맡게 될 업무 등을 사전에 협의하니 복귀 과정이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한국 P&G는 출산·육아 휴직을 택한 직원이 공백 없이 업무에 복귀하도록 3개월 전부터 휴직자와 면담을 갖는다. 이전에 하던 일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직무로 이동도 가능하다. 선택권을 휴직자에게 부여한다. 14개월간 육아휴직을 다녀온 손씨의 경우 이전에 일하던 물류 생산팀에서 올 초부터 일하고 있다.

이는 이 회사가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을 가장 큰 손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이 양육 문제로 퇴사자가 발생하면 새 인원을 뽑아야 하는데, 교육시키고 경력을 쌓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소모된다는 것이다. 예현숙 한국 P&G 상무는 "출산이나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 일 잘하는 직원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하는 게 회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 P&G의 육아휴직 복귀율은 100%였다.

한국 P&G는 전체 임직원(235명)의 70%가 여성인 회사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출산과 육아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 힘을 썼다. 출산 유급 휴가가 법정 기준(90일)보다 많은 104일이고, 아빠에게는 법정 기준(10일)보다 4배 이상 긴 8주를 준다.

근무 제도 역시 육아와 출산을 돕는 데 맞춰져 있다. 개인 상황에 맞춰 원하는 시간대에 출근할 수 있고, 주 2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18개월 된 아이의 아빠인 한유민(34)씨는 "부부가 온전히 아기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육아휴직을 활용해 아이를 돌봤고, 휴직 후엔 1시간 늦게 출근하는 식으로 아침 육아를 돕고 있다"고 했다. 이 덕에 한국 P&G는 주변 뿐 아니라 이직 시장에서도 직원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한국 P&G가 처음부터 출산·육아 친화적인 기업은 아니었다. 제도는 갖췄지만, 실제 육아휴직을 쓰는 건 쉽지 않던 때도 있었다. 일부 남성 상사들은 업무 공백 등을 지적하며 남성 직원을 선호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회사 경영진은 이 역시 제도와 교육을 통해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차별 해소 리더십 교육인 'MARC(Men Advocating Real Changes)'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리더를 한 공간에 모으고 특정 질문을 던진 후, 이들에게 O와 X를 공개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나는 지방 출신이다' '우리 집에는 장애인이 있다'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 자연스레 누구나 한 번쯤 O 자리에 서게 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차별에 대해 자각하라는 취지다.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는 효과는 금세 퍼졌다. 상사들이 먼저 출산, 육아 관련 제도를 고안해 회사에 건의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휴직자의 업무 복귀를 돕는 이도 생겼다. 입사한 지 1년여 만에 육아휴직을 쓴 김지윤(31)씨는 "팀장이 직접 인사팀에 제도를 문의해 제 상황에 맞는 육아휴직을 추천해 줬다"고 했다.

이 같은 회사 분위기는 가시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출산, 육아 제도를 정비한 2021년 이후 한국 P&G의 영업이익은 50% 넘게 올랐다. P&G 본사 차원에서도 이 같은 제도를 더욱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P&G 관계자는 "포용적 분위기 덕에 소통과 협업이 증가하는 것을 직원들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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