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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탐지견 훈련받던 '로저'

지난 3일 규모 7.2 강진으로 13명이 목숨을 잃은 대만에서 8살 된 구조 수색견 로저(Roger)가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대만 관영 중앙통신(CNA)에 따르면, 로저는 대만 타이루거 국립공원의 산책로 산사태로 실종된 21세 여성의 시신을 지진 발생 3일 뒤인 6일 발견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로저는 대만의 자부심입니다" 등 로저의 활약을 칭찬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각종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로저는 호기심 많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며 대만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6일 조련사와 함께한 인터뷰 현장에서 로저가 방송기자의 마이크에 호기심을 보이며 마이크를 물어뜯는 방송 장면도 큰 인기를 끌었다.

로저 말고도 많은 수색견들이 실종자 수색에 공을 세웠지만, 로저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산만한 성격 때문에 마약 탐지견이 되지 못한 낙제생 출신이라는 아픈 과거 때문이다. 로저는 2016년 대만 관무서(關務署·한국의 관세청) 마약 탐지견 훈련 센터에서 태어났다. 로저는 순종적이고 충성심이 높기로 유명해 탐지견·안내견·수색견 등으로 많이 활약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대만 마약 탐지견 세계에서 전도유망한 미래의 엘리트로 주목받았던 로저는 지나친 산만함 탓에 마약 탐지견 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호기심이 많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성격으로 관무서 훈련사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훈련사 명령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산만함이 발목을 잡았다. 대만 사람들에게 훈훈한 장면으로 남은 6일 '마이크 사건'은 로저의 활발함과 산만함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이에 돌 무렵 대만 가오슝 소방서의 구조 훈련 학교로 적을 옮기며 전공을 바꿨다. 마약 수색견의 꿈을 접게 만든 활기찬 성격과 왕성한 호기심이 구조 수색견의 세계에서는 탁월한 자질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산만함을 억누르며 훈련사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마약 탐지견 교육 과정에서 열등생 신세를 면치 못했던 로저는 사고 현장을 마음껏 누비며 실종자를 찾아내는 구조 수색견 훈련소에서 영재(英才)로 인정받았다. 2018년 가오슝 소방국 소속 수색견으로 정식 임명된 로저는 같은 해 대만을 강타했던 규모 6.4의 지진 당시 구조 임무를 수행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를 포함해 최근까지 7차례의 대규모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2022년에는 국제인명구조견협회에서 '고급 잔해 수색'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로저는 내년 은퇴를 앞두고 있다. 보통 구조 수색견은 9살이 되면 일선 현장에서 물러나 일반 가정으로 입양되는 관례 때문이다. 기고자 :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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