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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무한한 존엄' 발표
＂태어나기 전 아이는 가장 순수… 낙태, 특히 심각하고 개탄스러워＂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8일 인간의 존엄성을 정의하고 낙태·대리모·성전환을 포함해 인간 존엄에 대한 심각한 위협들을 규정한 선언문 '무한한 존엄(Dignitas Infinita)'을 발표했다. 앞서 교황청은 지난해 12월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선언 '간청하는 믿음'을 발표해 아프리카의 보수적인 주교들에게 반발을 샀다. 이번 선언은 기존 교리를 충실히 따르면서 일부를 재해석했다는 평가다.

5년에 걸친 작업 끝에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검토·승인·서명한 선언문은 "모든 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기초하여 양도할 수 없는 무한한 존엄을 지닌다"고 규정했다. 또 이 존재론적 존엄은 "하느님의 형상과 모양으로 창조되고 예수님이 구속(救贖)한" 인간의 것이라고 했다. 선언문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빈곤, 전쟁, 이민자의 고난, 인신매매, 성적 학대, 여성에 대한 폭력 등 13가지를 나열하고 각각을 해설했다. 이 가운데 낙태에 대해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반포한 회칙 '생명의 복음'을 인용,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은 우리 중 가장 무방비하고 순수한 존재"라며 "모든 범죄 가운데 고의적 낙태는 특히 심각하고 통탄스러운 특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리모에 대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과 동일하게 "여성과 아이의 존엄성을 모두 침해한다"며 "아이는 항상 선물이지 결코 상업적 계약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가난한 여성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대리모 행위가 비판받았는데 아이의 존엄성에 더 주목한 것이다.

교황청은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부당한 차별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을 부인하고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일부 '젠더 이론'은 단호히 거부했다. 하느님이 남성과 여성을 서로 다른 존재로 창조한 만큼 그 계획을 손대거나 스스로 신이 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성전환에 대해서도 "육체와 영혼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생식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받는 수술에 국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력 자살에 대해서는 "인간 존엄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활용하여 존엄의 개념을 생명 자체에 반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위독하거나 불치병에 걸린 이들의 존엄을 위해 적절한 완화 치료, 돌봄, 정서 및 영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고자 :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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