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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 좀 봐. 달이 태양을 가리기 시작했어!" 8일 오후 3시 20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인 타임스스퀘어 앞 광장은 개기일식(皆旣日蝕) 관찰용 색안경을 쓰고 휴대전화를 손에 든 인파로 발 디디고 서 있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멕시코·미국·캐나다에 걸쳐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발생했다. 뉴욕에선 99년 만의 일이어서 도시 전체가 여러 주 전부터 흥분에 휩싸였다. 뉴욕시는 이날 오후 3시 25분쯤 개기일식이 절정에 이를 예정이라고 했다. 뉴요커와 관광객들은 여러 시간 전부터 몰려들어 타임스스퀘어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을 펼쳤다.

신비로운 우주의 현상을 두고 경건한 분위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했지만, 뉴욕은 역시 뉴욕이었다. 타임스스퀘어 앞 광장은 방송사 카메라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 그 자체였다. 개기일식을 보려면 눈을 보호하기 위한 색안경이 필요한데 뉴욕시는 지난 며칠에 걸쳐 시민에게 이를 무료로 나눠줬다. 하지만 이날 장사꾼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시에서 배포한 색안경 등을 구해 하나에 5달러씩을 받고 팔았다. 한 관람객이 "어제는 1달러 아니었느냐"고 항의했다가 흥정에 실패해 지갑을 여는 모습도 보였다.

예고됐던 오후 3시 25분. 타임스스퀘어가 석양빛처럼 약간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사람들은 잠시 입을 다물고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데 개기일식과 함께 타임스스퀘어에 암흑이 닥치는, 다소 세기말적이며 스산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타임스스퀘어를 사방에서 뒤덮은 전광판의 광고판이 여느 때처럼 현란하게 번쩍거리는 바람에 개기일식의 어둠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타임스스퀘어 앞은 한밤중에도 낮처럼 밝아, 뉴욕을 '잠들지 않는 도시'라 불리게 한 대표적인 장소였다. 개기일식을 보기엔 최악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약 4분에 걸쳐 진행된 개기일식은 잘 보이지 않았고, 전광판 광고를 한두 시간 전부터 '강제 시청'한 수많은 인파는 바로 해산했다.

이날 개기일식은 멕시코 해변 마을 마자틀란부터 시작돼 댈러스·인디애나폴리스·뉴욕 등 미국 대도시를 관통했다. 일식 사진을 검색해서 보니 뉴욕주 북부 새키츠하버 같은 곳에선 옆 사람 얼굴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암흑에 덮인 모습이 보였다. 다시 개기일식을 볼 기회가 온다면, 대도시 한복판은 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미국 본토에서 개기일식을 볼 다음 기회는 2044년, 한국은 2035년이다. 기고자 : 윤주헌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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