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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설적인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 있습니까?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며 무대에 올라 이 '희망의 나무'를 쓰다듬곤 하죠."

지난달 말 미국 뉴욕 할렘의 중심 지역인 웨스트 125번가, 흑인 문화의 정수(精髓)로 불리는 '아폴로 극장'에서 만난 빌리 미첼은 극장의 상징과도 같은 무대 위 나무 그루터기 위로 기자의 손을 이끌며 "한번 만져보라"고 했다. 열다섯 살이던 1965년부터 이곳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살아 있는 아폴로의 전설'로 불리는 미첼의 현재 직함은 극장 공식 '역사학자'이자 '투어 가이드'다. 이곳은 약 90년 전인 1934년 1월 지금의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극장은 백인 손님만 받고 흑인 손님은 문전박대했지만 아폴로 극장은 달랐다. 오히려 흑인들에게 문을 열어주며 온갖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불러 모았고 '할렘 르네상스'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폴로는 흑인 공연자들의 시험장이자 발판이 되었다"고 했다.

아폴로 극장의 자랑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경연대회 '아마추어 나이트'다. 아마추어 가수들이 나와 라이브로 공연을 하는데, 공연이 신통치 않으면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진다고 한다. 다만 여기서 우승한 참가자는 '전국구'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이 무대를 거쳐간 '전설'만 해도 마이클 잭슨을 포함한 흑인 형제 그룹 잭슨파이브,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 팝스타 스티비 원더, 재즈 보컬 빌리 홀리데이 등 셀 수 없이 많다.

미첼은 이날 2층 대기실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을 보고 기자에게 말했다. "잘 봐두세요. 저들 중에 나중에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훔칠 재능 있는 가수들이 나올 수 있거든요." 전설들의 흔적은 극장 곳곳에 남아 있었다. 미첼이 보여준 무대 뒤편 '사인의 벽(Signature Wall)'에는 공연 등을 이유로 아폴로 극장을 찾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빼곡했다. 그에게 "누가 어디에 사인했는지 기억이 나느냐"고 묻자, 그는 "이건 얼리샤 키스(팝스타), 여기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사인이 있다"며 조목조목 짚어냈다. 극장 정문 앞 도보엔 금색으로 된 명패가 수십 개 박혀 있었다. 이곳을 거쳐간 스타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미첼은 마이클 잭슨의 명패를 가리키며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을 때 모든 팬이 이곳에 모여 그의 이름을 부르며 노래를 불렀죠. 우리는 몹시 그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올해 초 아흔 살이 된 아폴로 극장은 인근 건물에 '아폴로 스테이지'라는 2호점도 지난달 열었다. 원래 이곳은 아폴로 극장과 함께 한때 할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극장이 있던 곳이다. 아폴로 극장은 이 5층짜리 건물에 각각 199석과 99석 극장을 마련했다. 기고자 : 윤주헌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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