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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치료시장 동시 공략 '나보타'
매출 규모로 보면 1호 가장 유력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시장 판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우뚝

당뇨병 치료제 한계 넘은 '엔블로'
혈당 조절은 기본, 나트륨 배출까지

지난달 말 취임한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임기 중 '1품 1조'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약 하나로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뜻의 1품 1조다. 대웅을 포함한 국내 빅5 제약사들의 회사 전체 매출이 1년에 2조 원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한 품목의 약으로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가능할까. 성공할 경우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오리지널 약으로는 첫 1품 1조 케이스가 된다.

대웅제약의 CEO는 2명이다. 2024년 기준으로 '글로벌 사업+R&D'를 박 대표가, '국내사업+마케팅'을 이창재 대표가 맡는다. 각자 대표 체제다. 대웅제약은 또 '3년+중임제'의 CEO 시스템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박 대표가 그리고 있는 대웅제약 1품 1조의 윤곽이 보인다. 시한은 6년 후인 2030년. 방법은 '글로벌+R&D'이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 "국내 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R&D와 글로벌 사업 집중을 통해 고수익 블록버스터 위주로 품목구조를 재편하겠다"고 했다.

◇신약 3종의 글로벌 각개 약진

대웅제약에서 1품 1조 후보군은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와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 그리고 나보타 신약 3종이다. 이 가운데 펙수클루는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국산 신약은 1999년 이후 모두 36종(올 3월 기준)인데, 펙수클루는 그 중 34호다. 2022년 7월에 출시돼 지난 2월까지 1년 8개월 동안 776억 원의 누적 처방액을 기록했다.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는 36호 국산 신약이다. 작년 5월 출시돼 매출은 아직 크지 않지만, 국내 첫 SGLT-2 억제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로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2019년에 국내 바이오 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매출 1470억 원 중 80%인 1173억 원이 해외 매출이다.

◇나보타·펙수클루… 첫 1조 매출의 향방은?

3종의 신약 가운데 어떤 약이 박 대표가 호언한 1품 1조의 첫 주인공이 될까. 현재 매출 규모를 따지면 나보타가 가장 유력하다. 작년 한 해 매출이 이미 1500억 원을 육박했고, 유럽, 중남미, 동남아, 중동으로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는 중이다. 글로벌 대표 시장인 미국에서는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서며, 대표 톡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 상황에서 나보타 1품 1조의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용과 함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치료시장 진입 속도다. 나보타는 미국에서 삽화성·만성 편두통 등 총 3건의 치료 적응증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중국 진출이다. 박 대표는 "중국 진출, 치료시장 진입을 통해 '영업이익 3000억 원'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단기간의 급성장 그리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팽창을 감안할 때 펙수클루의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단 평가다. 펙수클루는 무엇보다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전환기에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펙수클루는 출시 2년차임에도 벌써 18개국에 허가 제출했고 5개국에 승인됐으며, 중국, 중남미 6개국, 중동 6개국에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사 대비 초격차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에는 이미 출시됐고, 멕시코·에콰도르·칠레 중남미 세 나라에선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시장 패러다임이 PPI 제제에서 P-CAB으로 바뀌는 중"이라며 "펙수클루가 P-CAB 제제의 성장을 견인하며 예상보다 빨리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엔블로, 이제 막 걸음마 뗐지만…

엔블로는 시장에 나온 지 1년이 안 됐지만, 국내 유일의 SGLT-2 억제 기전의 당뇨병 약으로 주목 받으며 주요 종합병원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또 작년 말 출시 6개월 만에 메트포르민 복합제 '엔블로멧'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고,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에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최근엔 경증 신장질환을 가진 2형 당뇨병 환자 대상 연구에서, 글로벌 빅파마의 같은 기전 약('다파글리플로진' 성분)보다 월등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SGLT-2 억제 기전의 엔블로는 신장이 재흡수하려는 포도당과 나트륨을 소변으로 직접 배출시켜 버린다. 덕분에 혈당 조절은 물론 혈압, 신장, 심장, 몸무게 관리에도 가능성을 보여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보인다.

◇35년 집념의 결실? '국산 신약'의 쾌거?

1품 1조를 노리는 대웅제약의 신약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행보를 보인다. 미용과 치료 시장을 동시에 거머쥐려 하고(나보타), 위장약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중이며(펙수클루), 혈당 조절에 국한된 당뇨병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엔블로).

그래서 1품 1조의 첫 주자를 쉽사리 예단할 수 없지만, '연 매출 1조'의 테이프를 누가 끊든 국내 제약사(史)엔 의미심장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나보타가 첫 주자가 되면, 그건 1995년 이름도 생소한 '보톡스'를 판매하며 국내 피부 미용 시장을 혁신한 대웅제약의 35년 집념이 결실을 이루는 셈이다. 펙수클루와 엔블로가 1품 1조의 첫 주인공이 된다면, 어느 쪽이든 대한민국 국산 신약의 쾌거가 된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 블록버스터 중심의 품목 구조 전환을 얘기하며 "바이오·제제 분야에서 당뇨, 비만, 감염, 정형외과, 신경정신, 줄기세포, 명품OTC로 집중해 '글로벌 최고 수준'을 지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의 1품 1조 꿈이 나보타와 펙수클루와 엔블로에서 멈추지 않을 거란 얘기다. 기고자 : 이영규 메디컬 리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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