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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탕감 폭 넓히자 신청 늘어

20대 남성 A씨는 코인 투자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금융권에서 빌린 1억6000만원, 가족과 지인에게 꾼 8000만원을 갚을 방법이 없게 됐다. A씨가 상담한 변호사는 '개인 회생'을 권했다. 소득으로 일정 기간 빚의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 빚은 탕감받는 게 개인 회생이다.

5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A씨처럼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20대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서울회생법원에 20대가 신청한 개인 회생 사건은 총 3278건으로 지난 2022년(2255건)에 비해 45% 증가했다. 지난 2021년(1787건)과 비교하면 83% 늘어난 것이다.

전체 개인 회생 사건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10.3%이던 게 2022년 하반기 16.6%로 뛰더니 작년 상반기 16.8%, 하반기 17%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이상이 신청한 개인 회생 사건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연령대별로 1~2%포인트 안팎씩 떨어졌다.

또 개인 회생을 신청한 20대의 채무 총액 평균도 지난 2022년 7110만원에서 작년 8281만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209만원에서 224만원으로 늘어났다. 수입 상승폭(7%)보다 채무 증가폭(16%)이 훨씬 큰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회생법원은 "20대가 가상 화폐, 주식 등으로 경제 활동 영역을 확대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20대가 시세 급등락으로 단기간에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입은 경우가 많아지면서 개인 회생 신청도 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전국 개인 회생 사건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개인 회생 사건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서울회생법원이 2022년 하반기부터 코인, 주식 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탕감받을 수 있도록 개인 회생 제도를 개편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는 개인 회생 신청은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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