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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계 수퍼스타의 초기작
'잭슨과 버블' 등 총 10점 선보여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이 애완용 침팬지를 품에 안고 앉아있다. 황금빛으로 장식한 도자기 조각 '마이클 잭슨과 버블'(1988)이다. 화려한 키치(싸구려 취향)적 외향을 입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 구도는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조각상 '피에타'를 떠오르게 한다. 작가는 스스로 이 작품을 "우리 시대의 피에타"라고 칭했다.

현대미술계 '수퍼스타' 제프 쿤스(69)의 초기 작품 10점이 아시아 최초로 홍콩에 왔다. 글로벌 아트 어드바이저 그룹인 AIG(Art Intelligence Global)가 홍콩 웡축항 TS타워에서 열고 있는 '제프 쿤스: 1979-1999'.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홍콩 곳곳에서 다채로운 전시가 열리는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다.

제프 쿤스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다. 지난 201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스테인리스 조각 '토끼'가 약 9110만달러(약 1085억원)에 낙찰돼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2018년 세운 종전 기록(9030만달러)을 갈아치웠다. 최근엔 미국 민간 탐사선 오디세우스가 그의 작품 '월상'을 싣고 달에 착륙해 화제가 됐다.

쿤스의 최근작들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초창기 작품은 쉽게 보기 어렵다. 1970~90년대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기회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대부분 한 개인 컬렉터가 소장한 것으로, 쿤스를 초기부터 후원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하이라이트는 마이클 잭슨과 애완 침팬지 버블을 형상화한 도자기 조각이다. 단 3점의 에디션과 작가 소장용 '아티스트 프루프(AP)' 1점이 존재하는데, 나머지는 모두 미국·유럽 미술관에 소장돼 있어서 거래 가능한 유일한 작품이다. '홍보의 귀재'답게 쿤스는 모든 작품을 본인 육성으로 설명한다. 전시장에서 QR코드를 찍으면 작가가 직접 녹음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피부색을 바꿔가면서까지 대중의 열망에 다가가려 했던 팝스타를 그는 "신앙의 대상"으로 해석했다. "황금과 삼각형 구도는 이집트 예술과 피라미드를 반영했다. 이집트와 르네상스, 파라오와 미켈란젤로가 이 안에 녹아있다."

물을 채운 수조에 농구공을 띄운 '평형' 시리즈의 대표작(1985)도 볼 수 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의 도움으로 구현한 것으로, 이 시리즈 이후 쿤스는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급부상했다. 쿤스는 "아시아에서 초기 작품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 나는 언제나 동양 문화와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를 작업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26일까지. 무료 관람이지만, 이메일(exhibitions@artinrelligenceglobal.com)로 미리 신청해야 입장할 수 있다. 기고자 :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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