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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서울경찰청장이 승진 임용 대상자로 추천한 자치경찰사무 담당 경찰공무원 23명에 대한 승진 임용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자치경찰위는 서울경찰청 승진심사위원회를 거친 승진자 명단만 통보받기 때문에, 구체적인 승진 사유 등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한 채 의결만 한다. 경찰 감독 역할을 해야 하는 위원회가 경찰 뜻에 따라가는 '거수기식 투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회의만 그런 게 아니다. 서울자치경찰위는 올해 들어 회의를 18번 열었다. 안건 총 50개를 의결했는데, 상정되는 안건들이 원안대로 가결되는 비율이 100%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안건을 가져오면, 사실상 그 제안 그대로 도장만 찍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치경찰위는 민간인인 상임위원 2명(위원장, 사무국장)과 비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 연봉은 1억원가량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관용차도 제공한다. 비상임위원 5명에겐 회의 때마다 수당으로 수십만 원이 제공된다. 서울자치경찰위의 경우 비상임위원들은 회의당 32만원을 받는다. 1년에 평균 40차례 회의를 여는 것을 감안하면, 회의 수당 예산만 6400만원이 든다. 18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평균 10개 안팎의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산하 위원회만 100여 개로, 운영비 수십억 원이 들어가고 있다.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과정에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줄이고, 지방 분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도입해 허점투성이다. 경찰청은 자치경찰제 시행 직전, 지구대·파출소의 업무 관할을 기존 자치 경찰 관할인 '생활안전과'에서 국가 경찰 관할인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으로 변경했다. 자치 경찰 업무는 대부분 지구대·파출소에서 수행하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국가 경찰 소속이다. 자치 경찰 사무는 존재하는데 정작 자치 경찰이 없고, 그 사무를 국가 경찰이 수행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경찰위는 보여주기식 회의를 하며 매년 혈세 수십억 원을 쓰고 있다. 자치경찰위 관계자는 "위원회가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하려면 경찰 인사·지휘권이 있어야 하지만, 자치경찰제 출범 당시부터 전혀 그런 권한이 없었다"고 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집단은 경찰이다. 2022년 기준 전국 자치경찰위 비상임위원 123명 중 29명(23.6%)이 경찰 출신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경찰 내에도 자치 업무를 담당하는 총경(경찰서장급) 이상 고위직 30개가 새로 생겼다. 결국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다수 생긴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자치경찰제인지 묻고 싶다. 기고자 : 주형식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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