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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인 박참새 시인의 수상 소감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1920~1994)의 말을 인용하며 '그의 깡패스러운 면을 닮고 싶다… 깡패가 되고 싶다'고 쓴 것이다.

그의 수상 소감에 대해 '이런 게 문학이냐' '이런 거라면 나도 하겠다' 같은 비난의 말들이 소셜미디어에 쏟아졌다. 문단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건은 언제나 생기지만, 이 일은 문학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비난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이런 게 문학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겠다'는 말은 묘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의외의 부분을 꼬집는 말처럼 느껴졌다. 문학을 자주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오해가 바로 저 말에 담겨 있지 않은가.

앞서 시인이 닮고 싶다고 말했던 부코스키야말로 누구라도 문학을 할 수 있으며, 누구든 문학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명제의 산증인이었다. 부코스키는 반평생 이상의 세월을 알코올중독과 도박, 육체노동자로 보낸 평범한 미국 시민이었다. 그의 시에는 주정뱅이와 거지, 노동자와 빈민이 등장한다. 누구도 관심 없는 사람이자 특별하달 것 없이 평범한 사람이야말로 부코스키 문학의 화자(話者)였다.

일본에는 '언령(言靈)'을 믿는 신앙이 있다고 한다. 말에 담기는 영력, 즉 말이 가지는 힘을 믿는다．단순히 어떤 관념이 언어로 빚어지는 것뿐인데 그 언어에 힘이 있다니! 문학과 닮아있지 않은가.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속담도 언어가 갖는 힘을 암시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쉽게 간과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문학을 믿는다는 건 바로 각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구는 아주 희박한 힘을 믿는다는 의미다. 문학은 수천년 전 길바닥 음유시인의 노래로부터 시작했다. 문학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의 편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고자 : 추성은 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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