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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시집 '시는 나를 끌고…' 출간

액자 프레임과 시인의 캐리커처. 흔히 시집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표지의 시집인 문학과지성사(문지)의 '문지 시인선'이 통권 600호를 기록했다. 1978년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첫 번째 시집으로 펴낸 이후 46년 만이다.

3일 600호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문지 대표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전위(前衛)에 대한 감각을 포기하지 않고, 시적 실험에 대해 최대한 열려 있고자 하는 것이 문지의 가치"라고 했다. 문지는 1990년 100호를 돌파하고 100권을 넘길 때마다 이를 자축(自祝)하며 기념 시집을 냈다. 지금까지는 출간된 시집에서 작품을 선별하는 시선집 형식이었다.

600호를 맞아 기념 시집에 변주를 줬다. 시 대신 501번부터 599번째 시집의 뒤표지에 담긴 시인의 글을 엮었다. 시인이 시집을 출간할 때쯤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글이다. 제목은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허수경 시인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뒤표지 글에 실린 구절이다.

조립 설명서와 함께 남자 얼굴이 떡하니 그려져 있기도 하고(이자켓 '거침없이 내성적인), "네 글자로 이루어진 고독의 무한한 목록…아네모네 가까스로 동그라미 모눈종이 침사추이…" 네 글자 단어가 가로·세로로 겹쳐 배열된 독특한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신해욱 '무족영원'). 그래서 시집도, 시선집도 아닌 '시의 말'이라고 이름 붙였다.

100번대마다 테두리 색을 바꿔왔는데 이번 프레임은 하늘색으로 개방감을 줬다. 유광이던 표지는 종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무광으로 바꿨다. 오규원 시인이 디자인한 액자 프레임과 이제하 작가의 그림은 그대로다. 이광호 평론가는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힘이 있는 디자인"이라고 했다.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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