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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15.7%를 기록했다. 이미 고령화 사회인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이면 고령인구 20%를 넘긴다고 한다. 올해 초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인 남성 평균수명은 86.3세, 여성은 90.7세였다. 법정 정년 나이인 60세로부터 최소 20년 이상 더 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년 이후 제2의 인생을 위한,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이러한 장년층의 건강한 '제2 인생'에는 3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외형적으로 젊고 건강해 보이도록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몸 내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노화로 기능이 소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는 정년 이후의 삶 지속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배워 일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는 것이다.

외형적 변화 추구에는 ▲피부 미용 시술이나 보형물 이식으로 주름지고 꺼진 부위를 개선하는 것 ▲모발 이식으로 풍성한 머리숱을 되찾는 것 ▲치아 미백 ▲인체줄기세포 배양액이 함유된 화장품 이용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몸 기능 강화에는 ▲각종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제 ▲백내장이나 노안에 대한 수술적 요법 ▲중증 퇴행성관절염 환자에 대한 관절낭 자가줄기세포 치료 ▲치아 임플란트 ▲체중 조절 ▲근육 강화를 위한 운동 등이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회사들이 새로운 헬스케어 산업으로 등장해,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3가지 측면의 혜택을 최대로 누리려면 우리 세대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각 개인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따른 개인 맞춤 솔루션과 관련 서비스까지 전문 컨설팅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이다. 즉, 개인별로 특화된 정밀의료적 접근법이 여기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서비스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사회적으로 큰 부담 없이 알맞은 비용으로 운용되려면 관련 산업을 어떻게 규제하고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규제당국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미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도 기능성 인증을 위해 국제적인 임상시험 관리 기준(ICH-GCP)에 적합한 인체적용시험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세포치료·유전자치료, 또는 이를 이용한 융복합치료 등에 대해 평가를 거쳐 신의료기술로 등재하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또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지난 2월 개정됐다. 이로써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재생치료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신의료기술 등재로 과잉 진료나 오남용까지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고도 신의료기술평가 통과에 실패해 사실상 사용되지 못하는 의료기기들도 있다. 향후 등장할 관련 제품이나 기술을 예견하고 미리 대비하는 '혁신적 규제'가 필요하다.

이런 모든 서비스나 제품들은 대부분 정년 이후의 금전적인 여유를 전제로 한다. 필자와 같은 장년층뿐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고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도 언젠가는 이런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은퇴 후 기대 수명까지 20년 이상 이어질 삶을 생각한다면 지속적인 관리나 케어가 필요하다. 결국 의료 비용을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 지불 방식으로 각 개인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부담하게 할 것인지, 이것 또한 연금 보험 상품 내역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향적인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의료 서비스들을 현실적으로 진행하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종적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 기반(outcome-based)으로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소비한다면 치료 결과의 분석·평가 가능한 지표도 필요해질 것이다. 최근 고가의 시술로 실손보험료 지급 논란이 된 '관절낭 자가줄기세포 주입술'은 연골손상 정도와 관절염 단계 등으로 대상 환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치료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미리 선별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영상학적인 기준과 생체 지표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시술 후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까지 마련해 성과 기반으로 치료비가 결정되고, 이에 따른 보험료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정말 필요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고, 과도한 의료 소비는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다'는 말을 바꿔 표현하면 '질병이 없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면역기능의 퇴화가 느리게 진행돼 오랜 기간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의료 서비스들을 통해 면역 기능이 얼마만큼 덜 감소하고, 젊은 사람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누구나 ▲신뢰할 수 있고 ▲재현 가능하고 ▲수치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생체표지자가 제시돼야 한다. 즉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그 질에 대한 평가 또한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도쿄 건강장수연구소, 나고야 국립 장수의료연구소와 같이 국가 주도의 초고령사회 연구소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도 고령층의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그 결과로 과학적인 고령층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제안·도입되기를 바란다. 기고자 :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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