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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증원 보류·병원 복귀… 정부와 의사는 '윈윈' 정책 합의하라

    서상목 前 보건복지부 장관

    발행일 : 2024.04.03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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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래전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995년 초 어느 날 김숙희 교육부 장관에게서 조찬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간부 회의에서 '교육부 장관이 왜 나를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의정국장이 "필경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는 부탁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해줘도 되지 않겠어요"라고 했더니 의정국장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엉터리 의대가 많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그러면 교수 및 시설 기준을 보다 확실히 하고, 정원은 늘려줘도 되겠네"라고 말하고 교육부 장관을 만났다.

    예상대로 김숙희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다행히 당시 나는 의료 연구, 신약 개발 등 BT(생명공학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크게 강화하는 정책과 더불어 오송생명과학단지 추진 등 보건의료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피할 수 있었다. 그 후 지난 30년간 의대 정원은 오히려 약간 감소하였고, 그 피해는 의료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모두가 같이 짊어지게 되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를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 서비스 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가 전체의 의료비 지출 총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의사 수가 늘면 의사 1인당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의료 서비스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소득 증가보다 빨리 수요가 늘어나는 '상급재(superior good)'의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 공급의 확대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국민 복지 증진과 보건의료 산업의 발전은 물론 의료 서비스 시장의 확대로 의사들의 수입이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의사들이 앞장서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를 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연구할 시간도 없기 때문에 의사 부족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바로 의사 자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을 통해 의료계와 국민 모두가 윈-윈 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이제는 보건의료계의 산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흔히 '위기가 기회'라고 한다. 하루속히 가칭 '보건의료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운영해 의대 정원은 물론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의료 발전 대책을 심의·확정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때까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보류하고, 의사들도 조건 없이 현장에 복귀해야 할 것이다.
    기고자 : 서상목 前 보건복지부 장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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