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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 상납' 발언이 국민의힘 후보 입에서 나왔다면…

    원선우 정치부 기자

    발행일 : 2024.04.03 / 종합 A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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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활란 총장은 미 군정 시기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가 2년 전 유튜브에서 한 발언이다. 저질스러운 성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발언이 국민의힘 후보 입에서 나왔다면 지금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야당과 좌파단체들의 총공격은 물론이고 보수층에서도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보수층은 그간 선거에서의 학습 효과로 성 문제가 표심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안다. 보수 진영은 그간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민주당 인사의 성 문제를 집중 비판했다. 내로남불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후보 자르라"고 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난교' 발언이 문제가 된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김준혁 후보는 며칠동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버텼다. 김 후보는 결국 여론에 떠밀려 2일 밤 사과문을 냈지만, 그는 이날 낮까지만 해도 "민주당 후보들 죽이기에 나선 보수 언론과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역사학자'라는 김 후보 발언의 역사적 근거도 희박하지만 역사학계의 문제제기도 들리지 않는다. 김 후보가 근거로 든 논문 '한국전쟁과 여성성의 동원'(2004)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를 할 줄 아는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이 모윤숙이 주도한 사교 클럽에서 활동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 논문 저자도 해방 정국 당시 사교 클럽에서의 여성 역할을 두고 "직접적인 성적 유흥을 제공하지 않았을지라도…"라고 썼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성접대'라고 단정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이랬다면? 전국의 역사학자들이 "사료(史料) 교차 검증의 기초도 모른다"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반납하라"며 들고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를 정조(正祖)에 빗댄 김 후보가 공천장을 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학계는 조용하기만 하다.
    기고자 : 원선우 정치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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