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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선 삼성보다 더 유명하다

    이영빈 기자

    발행일 : 2024.04.02 / 스포츠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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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바꾸다

    "잠시만요, 조금 이따가 바로 다시 전화할게요."

    현지 식당에 있다던 신태용(54)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인도네시아가 라이벌 베트남과 벌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2연승을 거두고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였다. 수십 분 뒤 걸려온 전화에서 신태용 감독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몰려서 진땀을 뺐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신태용 감독 인기는 아이돌 그룹 못지않다. 지난달 26일 베트남 원정 경기 관중석에는 '삼성 미안해요. 한국 최고 수출품은 신태용'이라는 인도네시아 팬의 재치 있는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신 감독은 "경기장에선 얼핏 보고 삼성 주재원들이 경기를 보러 왔나 했다. 나중에 지인들이 보내줘서야 알았다"고 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뚜렷한 성과다. 2019년 부임한 신 감독은 지난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를 사상 첫 16강 무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달 동남아시아 축구 강호 베트남을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에서 1대0, 3대0으로 잇달아 꺾었다.

    인도네시아 역대 최초 월드컵 3차 예선 무대까지 1승만을 남겼다. 인도네시아는 월드컵 2차 예선 F조 2위(2승1무1패). 3위 베트남(1승3패)을 멀찍이 따돌렸다. 4위 필리핀(1무3패)을 상대로 1승만 추가하면 3차 예선행 티켓을 따낸다. 기세를 이어 1938년 네덜란드령 동인도 시절 이후 첫 월드컵 본선 진출도 노린다. 이번 월드컵은 아시아에 할당된 본선 진출권이 종전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났기에 꿈이 아니다.

    덕분에 신 감독이 입국한 지난 27일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하타 공항이 환영 인파로 가득 찼다. 그는 "이전까지는 사진만 가끔 찍고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아시안컵이 끝나고는 한국 휴가, 유럽 출장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없었다. 그 사이에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금은 길에 나가면 사람들이 따라다닌다"고 했다.

    신태용호 인도네시아 약진의 비결은 기본에 충실한 것. 신 감독은 "처음 왔을 때 선수들이 훈련에 10~15분은 늦기 일쑤고, 이곳 주식인 튀김도 많이 먹더라. 코어(core·척추를 둘러싼 인체 중심부)를 포함한 근육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분 단위로 쪼갠 훈련 시간표를 만들고 철저히 지키게 했다. 소와 닭 위주 식단을 직접 짜서 단백질을 보충시켰다. '대변혁'이었지만 문화는 존중했다. 신 감독은 "이곳 사람들 90%가 무슬림이다. 금요 예배는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경기 전에도 기도한다. 이런 점은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선수들은 신태용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른다. 지난 1월 아시안컵 같은 조 다른 팀 경기를 호텔에서 TV로 보던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16강을 확정짓자 신 감독이 있는 방으로 달려가 그를 침대에 눕히고 전부 뛰어들었다. 베트남전 승리 후 선수들은 신 감독을 둘러싸고 춤을 추기도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 마음을 얻으려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서 희생하는 팀은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감독이 잘되든 말든 선수들이 상관없어하면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도 별수가 없죠. 선수들이 '우리 감독님 너무 좋으신 분인데, 감독님한테 보답하고 싶다'고 마음먹으면 감독 말을 귀담아듣고 노력해요. 그렇게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겁니다." 그는 이어 "우리 두 아들도 축구 선수인데, 지금 세대 선수들은 어떤 마음으로 뛰는지 알기 위해서 계속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A대표팀 선수들 만 나이는 평균 24.17세. 신 감독의 두 아들 신재원(26·성남), 신재혁(23·남양주)과 비슷하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대표팀 세대교체도 수월히 진행 중이다. 신 감독 계약은 오는 6월까지. 인도네시아 여론은 당연히 한시바삐 재계약하자는 쪽이다.

    신태용 감독 소셜미디어에 쓴 자기소개 문구는 '초심을 잃지 말자'다. 신 감독은 "위치가 달라지면 마음과 행동도 바꾸려고 드는데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멋쩍은 듯 "그런데 잘되면 괜히 '똥폼' 잡게 되고 그러더라. 지키기 어려운 말이니까 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라면서 웃었다.

    [그래픽] 인도네시아 축구 체질 바꾼 신태용 감독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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