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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여자 바둑, 쫓고 쫓기는 각축전 양상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발행일 : 2024.04.02 / 사람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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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세 '女帝' 최정 독주에 17세 김은지 강력한 도전

    '요지부동' 최정, '동분서주' 김은지, '천방지축' 스미레. 요즘 우리 바둑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사들을 고르라면 이 셋일 것이다. 이들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외국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최정(28) 9단은 무려 124개월째 톱 랭커 자리를 지키며 '여제(女帝)'로 군림하고 있다. 남녀 종합 순위는 3월 말 현재 21위. 양대 세계 여자 개인전인 우칭위안배와 센코배를 포함해 무려 5관왕이다.

    올해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신년 첫판을 진 뒤 4연승 중이다. 매년 살인적 대국 수에 시달리며 피로한 기색을 보이던 모습이 사라졌다. 최정은 "이처럼 한가한 일정은 입단 이후 처음이다. 재충전을 위한 좋은 기회로 삼겠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마냥 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1인자의 숙명이다. 경쟁자들이 사력을 다해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 가장 근접 거리에 와 있는 도전자가 김은지(17) 9단이다. 입단한 지 4년도 안 돼 입신(入神)에 오를 만큼 수직 성장을 거듭해왔다.

    김은지가 오유진·김채영 등을 앞질러 여자 2위로 자리 잡은 게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최정과의 전체 랭킹 차는 61계단이었다. 이 갭이 곧 발표될 4월 랭킹에선 30계단 정도로 좁혀질 전망이다. 한국기원 랭킹 관계자는 "현재 추세라면 연내 여자 1위 교체도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둘은 결승서 4번 격돌, 최정이 3연속 우승 후 마지막에 열린 여자기성전(2023년 12월)서 김은지가 처음 이겼다. 총전적에선 최정이 13승 4패로 앞서 있지만 지난해 7월 이후만 보면 5대4의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김은지도 최정 못지않게 올해 대국 수가 감소했다. 12판을 두어 10승 2패를 기록 중이다. "대국이 뜸하지만 계속 공부하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발전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회만 오면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이 전달돼 온다.

    나카무라 스미레(15) 3단이 한국에 닻을 내린 뒤 한 달간 보여준 실적은 당초 예상을 훌쩍 넘어선다. 주니어 대회인 이붕배 예선을 뚫는 등 2패 후 8연승 중인데 내용도 좋다. 최상급 선수들의 리그인 쏘팔코사놀서도 승점을 기록했다.

    스미레의 목표는 김은지를 꺾고 올라서는 것이다. 둘은 데뷔 때부터 한·일 두 나라 여자 바둑을 짊어질 최고 영재로 꼽혀왔다. 스미레는 두 살 위 김은지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졌지만 지금까지는 역부족이었다. 비공식전 2판 포함 5판을 겨뤄 1승도 못 거뒀다.

    스미레가 한국 도착 일성(一聲)으로 "2위가 목표"라고 한 것도 김은지를 정면 겨냥한 발언이다. 아직은 까마득한 최정보다 '영재 라이벌'인 김은지를 우선 밟고 올라가겠다는 속마음이 읽힌다.

    한국 랭킹에서 스미레의 현 위치는 어디쯤일까. 한국기원은 외국 기사라도 국제 대회, 바둑 리그 등서 작성한 성적을 집계해 관리한다. 스미레는 한국에서 여자 21위권인 8541점으로 출발, 3월 한 달간 134점을 추가했다. 4월 랭킹은 8675점에 15~16위로 예상된다. 무서운 스피드다.

    국내 여성 프로 기사 수는 총 85명. 현재로선 꼭짓점을 지키는 최정과 그를 턱밑까지 추격한 김은지, 그리고 김은지를 정조준한 스미레 등 셋이 흥행을 이끌 것으로 점쳐진다. 여자 바둑 뉴스 메이커 3인의 쫓고 쫓기는 각축전이 본격 점화됐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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