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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하버드대가 세계유산 등재 포기한 이유

    김지현 하버드대 풀브라이트 방문학자

    발행일 : 2024.04.02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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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1층에 기둥만 세우는 '필로티' 양식의 주창자로 유명하다. 그는 1965년 세상을 뜰 때까지 수많은 건축 작품을 남겼는데, 2016년 독일·일본·아르헨티나 등 7국은 그의 작품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그가 북미 대륙에 남긴 유일한 작품이 하버드대학에 있다. 큰 창과 기다란 문, 높은 천장 등 개방감을 최대화하여 예술가들이 창의적 작업을 하기에 최고의 공간으로 꼽히는 '카펜터 시각예술센터'다. 하지만 정작 이 센터는 세계유산에서 제외되었다. 무슨 이유일까?

    급속히 팽창한 하버드대 캠퍼스가 문제였다. 1636년 개교 이래 25만평 캠퍼스에 건물 660여 개가 들어섰고, 재학생 2만5000명, 교직원 2만명, 연간 65만명에 이르는 방문객으로 북적이게 되었다. 즉,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며 첨단 편의 시설까지 마련해야 하는 난제와 맞서고 있는 상황.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개발에 여러 제약이 생기므로 하버드로서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인지 카펜터 센터 바로 옆에는 2014년 새롭게 증축한 하버드 박물관이 크게 들어서 있다. 화려한 박물관 옆에 어색하게 서 있는 센터를 보면 르코르뷔지에의 역작이 그 빛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는 비단 하버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보존과 개발 간 갈등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실제로 세계유산 1199개 중 30%에 달하는 361개가 도시 내 개발 행위로 유네스코에 별도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경남 양산 통도사 근방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계획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하버드의 선택은 옳았을까? 세계유산은 마치 화려한 왕관과 같아서, 그 무거운 왕관을 쓰기 위해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최근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지역 밖이라도 유산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면 유산 영향 평가를 실시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제 우리도 세계유산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느끼고 더 노력할 때가 온 것 같다.
    기고자 : 김지현 하버드대 풀브라이트 방문학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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