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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카메라, 에어컨 센서… "해커가 당신을 노릴 수도"

    이해인 기자

    발행일 : 2024.04.01 / 경제 B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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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가전 시대에 보안 위험 경보… 업체 등 적극 대응 나서

    '드나드는 식재료를 카메라로 분석해 음식 리스트를 작성해주는 냉장고', '이용자가 주로 어디에 앉아서 바람을 쐬는지 학습해 풍향과 세기를 조절해주는 에어컨'….

    최근 이처럼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세탁기, TV 등 각종 가전에 AI(인공지능) 기술이 폭넓게 적용되는 이른바 'AI 가전 시대'가 열리면서 동시에 개인 정보 보안 문제가 전자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I 가전이란 기기가 이용자의 사용 패턴 등을 학습하고 기능을 최적화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가전을 말한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기 간 연결'이 중요해지면서, 가정 내에서 가전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2022년 말 미국에서는 로봇 청소기가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돼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가전 업체들은 잇따라 데이터 보안 정책을 강화하고 보안 전담 조직까지 만들며 개인 정보 관리 기준을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보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대학교에 가전 보안 과정도 신설했다. 보안 강화는 국내 가전 업체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에선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보고 정부가 나서서 인증 마크 제도를 시행한다.

    ◇백악관까지 나서서 "가전 보안 지켜라"

    국내 기업들은 가전 AI 기술 개발과 동시에 보안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작년 하반기 가전 데이터 보안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기존에도 절차에 따라 데이터를 관리해왔지만 가전 데이터의 보안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보고 별도 부서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LG전자는 제품 설치 환경, 작동 패턴과 같은 일반적인 데이터도 암호화 과정을 거쳐 민감한 개인 정보와 동일한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에어컨이 가정 내 이용자의 위치를 수집하더라도 특정한 숫자로 변환해 인식, 저장하는 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만에 하나 해커가 기기에 접근하더라도 난수만 보이는 식"이라며 "민감한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보안 플랫폼 '녹스'를 활용한다. 블록체인 기반 '녹스 매트릭스'는 연결된 기기들을 상호 모니터링해 해킹 우려가 있는 장치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다른 기기들의 보안을 유지한다. 개인의 지문과 패스워드 등 민감한 정보는 별도로 저장해 보호한다. 삼성전자의 2024년형 냉장고 비스포크 패밀리허브는 최근 가전 업계 최초로 글로벌 안전 과학 회사 'UL 설루션스'의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등급을 받았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초 기자 간담회에서 "사생활이 밖에 나가는 게 가장 불편한 진실 아니냐"며 "삼성전자는 기술 제공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개인 정보 등을 엄격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시장에서 유통되는 TV·냉장고·가정용 CCTV 등 IoT(사물인터넷) 제품의 해킹 위험성 등을 점검해 보안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보안 인증(US Cyber Trust Mark)을 부착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가전 보안이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되자 정부가 나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 등의 해킹 집단이 보안 취약성을 이용해 손쉽게 일반 미국 가정을 감시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며 시행 취지를 설명했다.

    ◇보안 인재 양성이 과제

    AI 가전을 중심으로 가전 보안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IoT 보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9억달러(약 28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23.1%씩 성장해 2028년에는 592억달러(약 80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AI 가전 시대가 열리면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 보유, 처리, 파기하는 일련의 과정에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며 "보안 없이 AI와 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이버 보안 인력의 부족이다. 구글 클라우드에 따르면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이버 보안 분야 부족 인력은 216만명에 이른다. 미국(50만명), 유럽(30만명)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가전 업계에선 "보안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수준 있는 인재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최근 고려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에 'LG 사이버 보안 트랙'을 아예 만들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해 직접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그래픽] 글로벌 IoT(사물인터넷) 보안 시장 규모 / LG전자·삼성전자 가전 보안 강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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