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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감독이란 무엇인가

    이위재 스포츠부장

    발행일 : 2024.04.01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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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엽이 농구 감독을 하고 있었어?" 얼마 전 현주엽씨가 모교(휘문고) 농구부 감독을 하면서 본업보다는 부업(먹방 유튜버)에 치중하느라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고발이 서울시교육청에 들어왔다. 이게 진실이니 아니니 공방이 한창이다.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은 그가 유튜버로 활발히 활동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고교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건 몰랐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유튜브 채널(먹방 미스터 주엽)에 들어가봤더니 3년 전 개설했고 동영상이 335개 올라와 있었다. 연평균 100여 개다. 구독자가 76만5000명이나 된다.

    내용을 봤더니 먹으러 대구도 가고 미국도 가고 베트남도 가고 삼천포도 갔다. 다들 유튜버라고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씨는 "애초에 유튜버 겸업을 허락받고 감독 제의를 수락했다"고 해명한다. '명색이 프로농구 팀 감독(LG 2017~2019)까지 했으니 고교 팀쯤이야'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개운하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씨가 농구 팀 연습과 경기에 겸직을 이유로 자주 빠진 걸 확인했다"면서 "이게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인지 다른 편법은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현 감독 부임 이후 휘문고는 올 들어 춘계연맹전에서 4강, 협회장기에선 예선 탈락했다. 현씨는 프로 감독 시절 3시즌 동안 150경기 63승87패(승률 0.420)를 기록한 바 있다. LG 역대 감독(9명) 중 승률에선 끝에서 둘째, 3년 이상 재임한 감독 중에선 꼴찌다.

    프로축구 1부(K리그1) 광주 FC는 지금 창단(2010년) 이래 최전성기다. 지난해 2부 리그에서 1부로 승격했을 때 '다들 하위권에서 맴돌다 다시 2부로 떨어지겠거니' 우습게 봤다. 그런데 12팀 중 3위로 마쳤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상위 3팀에 주어지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까지 따냈다. 처음이다. 지난해 광주 선수단 연봉 총액(59억원)은 12팀 중 최하위. 그냥 낮은 게 아니다. 1위 전북(198억원) 3분의 1도 안 되고 11위 대구(84억원)와도 차이가 많이 난다. 전북은 4위, 대구는 6위. 연봉 3위 FC서울(132억원)은 7위에 머물렀다.

    이 광주를 이끄는 선장은 이정효 감독. 현씨와 같은 1975년생이다. 그는 프로 선수 생활을 10년 했지만 부상 등에 시달리며 화려한 기록을 남기진 못했다. 그러나 지도자로선 달랐다. 절박함이 그를 바꾼다. 경쟁 팀과 비교하면 명성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이길 것인가 종일 연구한다. "24시간 카페가 있더라고요. 거기 가면 집중도 잘되고 자주 이용합니다." 선수 개인마다 어떤 게 부족하고 어떤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지 연구해서 알려준다. 그의 노트북은 선수들 장단점과 상대편 강약점, 경기 분석과 복기 등이 빽빽하게 저장된 보물 1호다.

    그의 밑에서 단련되어 지난 월드컵 예선 태국전을 통해 국가 대표로 데뷔한 정호연은 "공을 받는 위치, 왜 그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너무 많은 걸 가르쳐주셔서 처음 경험해 보는 지도자"라고 말한다. 구단에도 직언한다. "말로만 앞으로 나아가자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죠. 성적 안 좋으면 저보고 옷 벗으라 할 거 아닙니까. 저는 진짜 낭떠러지 끝에서 절실하게 발버둥 치고 있거든요. 그런데 구단은 정말 그렇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구단 프런트가)'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 이런 말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방송인 유재석이 축구 지도자 중에선 이정효 감독을 존경한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두 가지 의미에서 '닥공'의 대명사로 통하기도 한다. '닥치고 공격' 그리고 '닥치고 공부'다. 한 팀을 책임지는 감독이라면 이래야 한다.
    기고자 : 이위재 스포츠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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