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심찬구의 스포츠 르네상스] 우즈·베컴·이강인… 철부지는 어떻게 스타로 단련되었나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발행일 : 2024.04.01 / 여론/독자 A33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태국과 벌인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차전에서 이강인은 특유의 시야와 타이밍 좋은 패스로 손흥민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이강인은 그대로 달려가 손흥민에게 안겼고 손흥민 또한 환한 얼굴로 이강인을 품에 안아주었다. 지난 몇 달을 돌이켜 보면 의미가 각별한 장면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 속 '슛돌이'가 현실이 된 듯한 모습으로 사랑받던 이강인이다. 10세에 스페인 유학, 16세에 프로 데뷔, 20세 월드컵 대표팀의 막내로 준우승을 이끌었다. 파리 생제르맹 입단 후 킬리안 음바페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한국 축구 역사상 전에 없던 스타일과 재능으로 전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받았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있었던 주장 손흥민과의 갈등이 알려져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유소년 때부터 받아온 사랑과 기대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에서 순식간에 주장에게 대들고 팀을 망친 철부지가 되었다.

    세계적 스포츠 선수들은 20대 초반 이전에 이미 톱클래스의 경기력을 갖게 되고, 스타가 된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운동장에서의 게임에 더해 사회적 게임에서의 완성도가 요구된다. 팀, 동료 선수, 그리고 팬, 미디어, 스폰서 등이 그 대상이고, 그들과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이 요체다. 경기장 안의 경쟁과 승리에만 집중해 온 아직 어리고 경험 없는 스포츠 스타들은 그에 대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나이에 비해 사회적으로 미숙한 경우가 많다. 사안의 종류와 심각성, 세상에 얼마나 알려졌느냐가 다를 뿐, 관계 매니지먼트의 실패로 문제를 겪는 일은 거의 모든 스포츠 스타가 경험한다.

    대학을 중퇴하고 PGA에 데뷔한 타이거 우즈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골프계는 물론 미국 사회 전체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즈를 보려는 팬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미디어의 관심은 치열했다. 그를 질시하거나 적대시하는 동료 선수나 팬들도 있었고, 노골적인 인종차별도 행해졌다. 전례 없는 액수로 계약한 나이키 스폰서십도 어린 타이거에게는 무겁게 느껴졌다. 부담감이 자제가 안 된 언행으로 나타났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는 그를 만지려던 팬에게 클럽을 휘둘렀다. 2009년 CA챔피언십에서는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기자에게 '또 내 사진을 찍으면 목을 부러뜨리겠다'고 위협한 적도 있었다. 논란거리는 크게 부풀려져 비난으로 돌아왔다.

    우즈가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코치였던 부치 하먼의 조언이었다. 하먼은 세상의 관심은 스타의 숙명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우즈가 느끼는 압박은 그가 얻는 부와 명예의 다른 얼굴이라는 것, 그리고 선수가 뛰어날수록 팬, 미디어 등의 관심과 요구는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점, 따라서 피하지 못할 바에야 오히려 이를 성장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우즈는 하먼의 조언을 통해 자신이 마주해야 하는 사회적 게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이후 준비되고 세련된 자세로 세상에 나섰고, 특유의 카리스마로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자신을 향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을 터득했다.

    데이비드 베컴은 현역 축구 선수가 요즘 의미의 셀럽이 된 최초의 사례였다. 수려한 용모와 탁월한 재능, 경기 중 활약으로 일찌감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1996년 21세로 대표팀에 합류, 정교한 킥으로 키플레이어가 되었고, 1998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그런데 16강 아르헨티나전에서 그의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다. 베컴은 디에고 시메오네의 집요한 견제를 참지 못하고 보복성 파울로 퇴장을 자초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패한다. 감정 조절을 못 해 팀을 망치고 영국 국민에게 상처를 준 선수가 되어버렸다. '10명의 사자와 1마리 멍청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감독 글렌 호들도 노골적으로 베컴을 탓했다. 심지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까지 베컴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할 정도로 온 영국이 그의 적이었다. 아내인 빅토리아에게도 견디기 힘든 비난이 가해졌다. 쏟아지는 비난과 책임 전가를 23세의 베컴은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베컴을 도운 것은 소속팀 맨유 감독 앨릭스 퍼거슨이었다. 퍼거슨은 여론에 대한 방패가 되어 베컴을 보호했고, 베컴에게 세상이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베컴도 비난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망가진 팬·미디어·사회와의 관계 회복이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을 인지하고 꾸준히 노력했다. 영국인들에게 대표팀이 갖는 의미를 이해했고, 진심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다. 시간은 흐르고 기회는 왔다. 2002 월드컵 예선에서 그리스를 상대로 극적인 골을 기록하며 본선 진출을 이끈 것을 시작으로, 역대 대표팀 출전 3위를 기록할 만큼 대표팀에 진심으로 임했다. 2010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좌절되고 오열하던 그를 팬들은 뜨겁게 응원했다. 은퇴 후인 2014년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축구장에서 탁월한 게임을 보여왔던 이강인은 경기장 밖 게임에서 치명적인 실점을 했다. 그러나 산불처럼 비난 여론이 번져가던 시점에 영국에 건너가 손흥민에게 사과했던 쉽지 않은 선택과 이번 태국전을 통해 보여준 팀 전체의 흐름 속에서 자기 역할을 완수하려 애쓰는 모습을 볼 때 스포츠 스타가 가져가야 할 또 하나의 게임, 즉 균형감 있는 관계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에 대해 배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 선수 가운데 손흥민과 더불어 발롱도르를 수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로 이강인을 꼽는다. 만약 이강인의 축구 인생 결승골이 발롱도르 수상이라면 지금은 전반 초반 실점 상황일 것이다. 충분히 남아있는 이강인의 시간에 그가 할 선택이 기대된다.

    [그래픽] 타이거 우즈 · 데이비드 베컴
    기고자 :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90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