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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美 사막에 K팝 무덤이?

    임희윤 음악평론가

    발행일 : 2024.04.01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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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아세요?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K팝 무덤이 있다는 소문?"

    얼마 전 한 음반 제작자가 미스터리한 말을 건넸다. 그의 말에 따르면 'K팝 무덤'은 사람 아닌 CD의 매장지다. 미국 음반업계에서 K팝 CD가 하도 많이 팔리다 보니 나오는 억측. 한국 기획사가 소속 가수들 CD를 주문해 판매 성적만 올리고, 물건을 외딴 사막에 파묻어 증거인멸을 한다는 우스갯소리였다.

    K팝 앨범 판매 성적과 스트리밍 성적 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은 있어 왔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다 판매 앨범 '톱 10' 중 5장이 K팝 CD였다. 세븐틴의 'FML'과 스트레이 키즈의 '5-STAR'가 각각 1·2위. 테일러 스위프트가 4·5위로 밀려날 정도였다. 1980년대라면 조용필이 마이클 잭슨을 꺾고, 시나위가 메탈리카를 넘어선 격이다.

    정작 5억명 이상 쓰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아티스트 월간 청취자 수 100위권 안에는 K팝 가수가 한 명도 없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각각 170위권, 420위권이고, 세븐틴 등 대다수 K팝 그룹은 1000위권 밖이다. 요즘 세계 음악 수입 성장세는 전체 수입의 67.3%(IFPI 통계)를 차지하는 유·무료 구독형 스트리밍이 이끌고 있다. 세계인 대다수가 CD 대신 애플뮤직, 유튜브, 멜론 등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뜻이다. 이러니 K팝 앨범 판매 성적이 실제 인기를 반영하는지 논쟁이 생길 만도 하다.

    몇 년 전 방탄소년단의 '미국 침공'을 타전하던 외신들도 이젠 'K팝 음반 판매 1위' 같은 뉴스를 거의 쓰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침묵이다. K팝 음반 판매량이 어느 정도는 부풀려져 있다는 인식이 해외 음반업계에도 이미 퍼져 있다. 일부 K팝 팬에게 음반은 듣기 위한 '매체'가 아닌, 포장 속 한 장씩 든 팬 사인회 응모권 혹은 최애 멤버의 포토카드를 모으려고 몇 백 장씩 사들이는 '수집품'이 되었다. 이런 방식이 반(反)환경적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K팝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대체 무엇인가. 콘텐츠의 질인가, 아니면 팬덤의 충성도와 기이한 소비에 기댄 매출 성적인가. K팝이 이 고민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기 바란다. '네바다 무덤설'이 더 확산되기 전에….
    기고자 : 임희윤 음악평론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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