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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머리·대머리 탓 해고 못 해＂
佛 하원 통과, 상원 통과는 미지수

프랑스 하원에서 기업이 머리카락 색깔·질감에 따라 직원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28일 통과됐다. 굵고 곱슬거리는 모발 탓에 차별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는 아프리카계 프랑스인들이 개선을 요구해온 결과다. 이날 프랑스 하원 의원 577명 중 50명이 참여한 모발 차별 금지 법안 찬반 투표에서 찬성 44명, 반대 2명, 기권 4명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카리브해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 올리비에 세르바 의원이 발의했다. 직장 내에서 모발의 색깔·길이·질감·스타일 등을 두고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발의된 법안은 10여 년 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언급하며 시작된다. 2012년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유니폼 착용 매뉴얼을 통해 여성에 한해 머리를 묶는 조건으로 흔히 '레게머리'라고 부르는, 아프리카식 머리 땋기를 허용했다. 남성의 경우 머리 길이를 제한하면서 '자연스럽고 균일한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남성 승무원은 땋은 머리를 하고 비행기에 탔다가 쫓겨났고, 내부 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해고당했다. 헤어 스타일 때문에 회사에서 잘린 셈이다.

법안을 발의한 세르바 의원 역시 아프리카계다. 그는 2009년 영국 연구를 인용해 "금발 여성 세 명 중 한 명은 채용 가능성을 높이고 더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갈색으로 염색한다고 나타났다"고 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라디오방송국 '프랑스 인포'와 인터뷰에선 "대머리 남성들이 회사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30% 낮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형법 225조 1항을 통해 성별, 성적 지향, 임신 여부, 외모 등과 관련한 차별을 금지해 왔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차별 금지 항목 가운데 '모발'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안이 상원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P는 "상원은 보수 성향 의원이 많아 미국식 평등의 개념을 프랑스 법에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이 법안에 대해 반대표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모발 차별을 금지하는 첫 나라가 된다. 미국은 2019년부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일부 주(州)에서만 모발 차별 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기고자 : 유재인 기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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