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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충분한 논의 필요해＂

2000년 이후 24년째 바뀌지 않은 한국의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본격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이 자칫 부자 감세와 세수 감소 같은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상속세 개편에 대해 "정부는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자본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 상속세 부담 완화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하자 신중론을 펼친 것이다.

경제 규모는 커졌는데 상속세제는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면서 상속세 납부자는 크게 늘었다. 2000년에는 피상속인(사망자) 21만2000명 중 상속세 과세 인원이 1400명(0.7%) 정도였는데, 2022년에는 34만8000명 중 1만5800명(4.5%)으로 늘었다. 인원수로만 보면 20여 년 전보다 11배 증가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최대 주주 할증 시 6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상속세가 아예 없는 OECD 회원국도 15곳이나 된다. 한국 GDP(국내총생산)에서 상속·증여세의 비율도 0.54%(2020년 기준)로 OECD 평균(0.13%)의 4배를 넘는다.

정부는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 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데 (개편을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정부가 개선안으로 내놓은 것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가업 승계를 위해 증여를 할 경우 저율(10%)의 세금을 무는 구간을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완화하고, 결혼·출산하는 자녀에 대한 비과세 증여 한도를 1억5000만원까지 확대한 정도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가업 승계처럼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세율을 낮추거나 공제 범위를 넓히는 등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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