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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반도체에 직접 보조금＂ 野 ＂세액공제 늘리겠다＂

세계 기술 패권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반도체는 22대 총선에서도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에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여야와 후보들의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반도체 민심'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관련 공약을 내놓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집에서 '반도체'를 39회나 언급했고,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고동진 전 IT·모바일(IM)부문장과 한정민 전 반도체(DS) 부문 연구원 등 IT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야 모두 반도체 지원 방법이나 규모,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세액공제 VS 직접 보조금

여야는 큰 틀에서 반도체 산업을 지원, 육성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정책적으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반도체 주요 국가들은 거액의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통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반도체 지원 방식과 규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조세특례제한법의 기간을 연장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K칩스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반도체 관련 설비 투자에 대한 기존 세액공제 8%(대기업 기준)를 15%로 대폭 늘렸다. 정부도 지난 27일 올해 세법 개정안에 K칩스법의 일몰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의힘은 "신규 시설 투자에 대해 주요 경쟁국 지원에 대응할 수준의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는 세액공제와 같이 간접적인 지원만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의힘이 직접 지원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미국이나 일본에 맞먹는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수원·용인·이천·평택·안성·화성·성남·오산 등 경기 남동부에 반도체 허브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허브를 가리켜 민주당은 '종합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메가시티'라고, 국민의힘은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티는 주거와 교육, 문화 시설 등을 포함한 생활권을 의미하는 반면, 클러스터는 산업체와 산업체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산업 단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여야는 반도체 산업 단지의 에너지 조달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반도체 산업단지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업계에선 전기 수요가 큰 반도체 산업 단지를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만, 민주당은 "(기업들이) RE100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힘은 반도체 클러스터에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을 적기에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경쟁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

반도체 업계는 지원책 등에 관심이 커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반도체 벨트 지역의 유권자인 한 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 지원금 뿌려가며 공장을 유치하는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여야의 공약은 차별화가 없고 미미한 수준"이라며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정책들도 있다. 민주당은 '반도체 인프라 설치 일정 비율 의무 지원' 공약을 내놨다. 기업이 전기와 용수 등 인프라 시설을 지으면, 투자비 가운데 일정 비율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에너지와 용수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반도체 시설 투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공약도 기대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반도체 시설의 인허가 절차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계속 해왔다"며 "특히 중앙정부 인허가보다 지방정부 인허가가 힘든데 이런 부분을 해결해 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여야 반도체 공약 비교 / 반도체 벨트(경기 수원·화성·평택·용인) 현재 의석 현황 기고자 : 변희원 기자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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