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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영화 감독 김다민

송충이 눈썹에 빵빵한 볼, 열한 살 동춘이는 과학영재 초등생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수학, 영어, 태권도, 논술, 창의과학, 한국사 학원을 다닌다. 일류대에 특별 전형이 생긴다고 페르시아어까지 추가됐다. 어느 날 주운 막걸리 통에서 토도독 톡톡 기포가 올라오며 희미한 리듬이 들렸다. 창의과학 시간에 배운 모스부호 아닌가. 심지어 페르시아어였다. 해독 결과, 막걸리가 알려준 모스부호는 로또 4등 당첨번호였다.

발랄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솟아나는 SF 판타지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지난 18일 '독립영화의 100만 고지'라는 관객 1만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김다민(31·작은 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도 신선하고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열한 살의 고민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을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나, 왜 이렇게 살아야 해?" 알 수 없는 인생의 수수께끼에 지쳐가던 동춘이의 선택은 우주로 가는 모험으로 이어진다.

김 감독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SF를 완충장치로 쓰면서 과감하고 뻔뻔하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에서 만화를 가장 많이 보는 초등생이던 그는 한국애니메이션고에서 영상 연출을 배우고 연세대에서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2009년 단편 '미열'로 제12회 한국청소년영화제 금상과 감독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2020년 단편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로 제46회 보스턴 SF영화제, 제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상상력의 보고(寶庫)는 동네 주민센터다. '막걸리' 착상도 주민센터에서 전통주를 배우다 떠올랐다. "막걸리가 숙성되며 떠오르는 기포가 말을 거는 거 같았거든요." 주민센터를 나서는데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학원 버스에 아이들이 우르르 올라탔다.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가는 곳이 학원이라니, 최종 목표가 대학이라니, 아이들이 왜냐고 물으면 뭐라고 알려줘야 하나 싶었죠." 그때의 문제의식을 담아 쓴 '막걸리' 시나리오는 경기콘텐츠진흥원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배우 유해진이 출연한 영화 '레슬러'의 연출부 막내로 일하다가 알게 된 안나푸르나필름의 이안나 대표가 영화 제작을 자청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각본도 썼다. 원작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며 가장 경계한 것은 '사이다'였다. "세상 누가 봐도 정당한 처단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선명한 경계가 인생에 있나요. 찝찝한 거죠. 그런 고민을 나눠보고 싶었어요." 기고자 :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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