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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악의 한 장르인 '베를린 테크노'가 13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독일에선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 중 가장 젊은 전통"(시사 주간지 슈피겔)으로 환영받았다. '테크노'는 베를린뿐 아니라 미국 디트로이트, 영국 런던도 유명하다. 그런데도 베를린이 선택받은 건 도시 안팎에 크고 작은 클럽이 산재한 '클럽 문화' 덕이다. 베를린 폐발전소 건물에 들어선 대형 클럽 '베르크하인'은 바티칸 대성당과도 같은, 클러버들의 성소(聖所)다. 이를 중심으로 '워터게이트' '카터 블라우' 등 테크노 성지순례 명소가 베를린에는 즐비하다.

베를린 테크노의 발달 배경엔 현대사의 아픔도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통일이 성사되자 동독과 서독 젊은이들은 쭈뼛쭈뼛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문화 용광로 역할을 장벽 근처 생겨난 테크노 클럽들이 맡았다. 베를린 장벽을 부순 게 해머와 불도저라면, 동·서독의 문화적 거리감은 강렬한 전자 비트와 춤사위가 부쉈다. 이후 미국 디트로이트와 시카고에서 날아온 음악적 영향에 힘입어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뮌헨, 뒤셀도르프 등 여러 독일 지방에서도 전자음악이 융성했다. 이들이 모여 다시금 베를린 클럽을 만개시켰다.

이 유서 깊은 문화를 지키려던 공동체의 위기의식도 유산 등재에 힘이 됐다. 도시 개발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최근 10년 동안 100곳 넘는 베를린 클럽이 문을 닫았다. 이에 2021년부터 독일 DJ, 기획자, 음악 팬들이 힘을 합쳐 독일 테크노 문화 무형문화유산 등재 캠페인을 벌인 게 주효했다.

서울에선 33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 소극장이 문을 닫았다. 베를린 테크노가 유산에 등재되고 이틀 뒤였다. 단순한 공간의 상실이 아니다. 문화 생활 공간이 디지털로 확장되는 시대에도 고지식하게 무대 예술의 기초를 지키며 용감한 실험을 해온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문을 닫는 베를린 테크노 클럽을 지키기 위해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던 베를린 사람들처럼, 학전 같은 소극장 공간을 일종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키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 더 이상 이런 이별이 생기지 않기를 기원한다. 기고자 : 임희윤 음악평론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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