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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악취나자 이웃 민원 빗발쳐… 설득 끝에 구청·주민 45명이 청소

지난 21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빌라. 쓰레기가 어깨높이까지 들어찬 이곳 반지하엔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 A(74)씨가 살고 있었다. 홀로 사는 A씨는 6년째 주변 잡동사니들을 집에 모았다고 한다. 이 잡동사니들은 오래돼 쓰레기가 됐고, 수년째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이날 송파구청 공무원과 주민 45명이 모여 A씨 집 청소에 나섰다. 폐기물 수거용 트럭 2대와 고압 살수차도 동원됐다.

집은 방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했다. 건물 누수로 집 안에 물이 20㎝ 높이로 고여 있었다. 바닥엔 물에 젖은 이불과 수건, 운동화가 널브러져 있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 봉지와 김치도 있었다. 부엌엔 채소·과일이 썩은 채 놓여 있었고, 비닐과 박스가 어깨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집 안에 고인 물이 쓰레기와 뒤섞여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겼다.

A씨는 6년 전부터 이곳에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그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폐기물을 수집해 집 안에 쌓아뒀다고 한다. 모은 것을 고물상에 팔아 번 돈을 아들과 손주에게 주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렇게 쌓인 물건은 혼자서는 치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청소는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우선 집 안에 있는 폐기물을 꺼냈고, 들어찬 물을 펌프로 빼냈다. 수거된 쓰레기는 트럭 2대를 다 채웠다. 각각 2.5t, 1t 트럭이었다. 악취 제거를 위해 락스를 이용한 물청소, 방역까지 했다. 벽지 도배와 장판 교체 작업까지 하려 했지만 A씨의 반발로 청소만 했다. A씨는 청소 중에도 "내 비싼 보물인데, 당신들이 왜 가져가느냐"고 했다. 오수미 삼전동 주민센터 복지1팀장은 "할머니가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어 물건을 치우기 어려운 상태였고 연락이 끊겼던 아들까지 찾아 2년째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결국 미뤄지다 오늘에야 이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청소에 나섰던 이웃 주민 이선규(67)씨는 "악취가 너무 심하고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집 안에 잠깐 있기도 힘들었다"며 "홀로 사는 할머니가 이런 집에 몇 년 동안 살았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이충환(54)씨는 "지금은 쓰레기를 치웠지만 할머니가 또 쓰레기를 갖다 놓지 않도록 이후에도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청소를 반대하던 A씨는 끝나고 깨끗해진 집을 보자 "나 복 받았다" "도와준 사람들은 참 예쁜 사람들"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기고자 : 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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