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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화가'라는 별명을 지닌 샤갈의 몰입형 전시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라는 제목처럼 전시 내용 중에는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대형 벽화가 부각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이 아니라 '사이트 스페시픽 예술(Site Specific Art)', 즉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공연장 건물에 설치된 예술이라는 점이다. 이 공연장들에서 열리는 오페라나 발레에는 주인공이 상상하거나 꿈꾸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고, 그때는 무대의 배경과 조명, 의상도 화려하게 바뀐다. 그래서 꿈속과 같은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샤걀의 그림은 공연장이라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예술품으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는 공연장의 샤갈 작품이 아니라 "샤갈을 공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뉴욕의 경우 19세기 지어진 '이민자 저축은행(Immigrant Savings Bank)' 건물을 이용했다. 보자르 양식에 대리석으로 마감된 화려한 공간, 높은 천장과 기둥들 사이에 설치된 백 개의 프로젝터가 수십 개의 그림을 투영한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팔을 흔든다거나, 손을 잡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이미지의 부분 상세를 클로즈업하면서 색채의 화려함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빛을 잘 다루기로 유명했던 화가 샤갈의 색채를, 발광하는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것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비판에도 근래 초대형 공간을 이용한 몰입형 전시는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이차원을 보고 삼차원의 공간과 사차원의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 그림이다. 그런데 이런 전시는 디지털 기술로 삼차원을 구성하거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이렇게 생각하라고 알려준다. 상상의 빌미를 차단해 버리는 느낌이다. 그림과 함께 음악까지 배경에 흘러나오니 딱 영화관에 온 느낌이다. 다른 매체로 완성된 작품을 디지털을 이용해서 화려하게 바꾼다고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런 기술이 아니더라도 샤갈의 그림은 우리를 상상 속 어딘가로 데려다준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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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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