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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사칭, AI 딥페이크 기승… 사이트 가입·투자 유도 돈 갈취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염모(52)씨는 지난 2월 유망 주식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한 유튜브 광고를 보고 영상에 연결된 사이트에 가입했다가 4억5000만원을 뜯겼다고 한다. 유튜브 광고에는 인기 개그맨 황현희씨가 등장했다. 영상 속 황씨는 "저는 수백억 투자자입니다. 당신도 수백억 벌 수 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영상은 AI를 이용해 만든 딥페이크였다. 염씨는 "황씨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주식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봤다"며 "광고에 연결된 사이트도 정말 그 사람이 운영하는 것인 줄 알고 가입한 것"이라고 했다. 염씨는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진정서를 냈고, 경찰은 관련 범죄를 수사 중이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명인 딥페이크 영상이나 조작 사진을 만들어 주식 투자 등을 유도하는 수법이다. 방송인 유재석씨의 소속사 안테나는 최근 유씨를 사칭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주의하라고 했다. 안테나 측은 "유씨를 사칭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하거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금융 거래를 유도하는 등 다수의 사례를 확인했다"며 "어떤 경우라도 회사와 아티스트 개인 계정을 이용해 금융 거래를 유도하거나 특정 개인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이들 사칭 계정은 유씨가 직업 특성상 유명 증권사 내부 정보를 잘 안다는 내용의 광고를 올렸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유명 주식 전문가인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사칭한 사건도 발생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고, 이들이 돈을 입금하면 텔레그램 단체방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사기가 이뤄졌다. 이외에도 방송인 김용만, 김원희, 신애라 등도 사칭에 이용됐다고 한다.

유명인을 이용한 피싱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모임도 생겼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총책은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 환전상이나 영업을 국내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청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만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리딩방의 불법행위 피해 건수가 1000건이 넘고 피해액은 1200억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실제 피해자들의 피해액 합계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고발과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플랫폼에 사칭 계정 삭제 조치 요청까지 했지만, 상대가 보이스피싱 조직이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개그맨 송은이씨는 "팬들이 암 보험금, 퇴직금,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쏟는 피해가 많다"며 "딥페이크라는 기술이 나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기고자 : 최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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