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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매사추세츠병원, 60대 환자에 유전자 교정 돼지 신장 이식 수술

미국에서 말기 신장 질환자가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한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는 살아있는 인간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첫 사례다.

미국 바이오벤처 e제네시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만성 신장 질환자인 리처드 슬레이먼(62)에게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돼지는 장기가 인간의 면역 체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일부 유전자를 제거한 것이다.

가와이 다쓰오 박사와 나헬 엘리아스 박사가 이끄는 의료진이 수술을 담당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4시간 수술을 잘 이겨냈고, 곧 병원에서 퇴원할 것"이라며 "돼지 신장으로 2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 목표"라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이식을 받은 슬레이먼은 수년간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아왔다.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받다가 당뇨 합병증이 와, 2018년 인간 신장을 이식받았다. 그러나 이식받은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재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기증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무작정 기다리기엔 슬레이먼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료진은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계획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 위해 1년을 기다렸다. 수술은 e제네시스가 제공한 유전자 교정 돼지 신장을 사용했다. 유전자 교정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환자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할 위험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e제네시스 측은 "장기 공격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돼지의 일부 유전자를 제거하고, 이식 거부 확률을 줄일 목적으로 인간 유전자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e제네시스는 지난해 10월 하버드의대 연구팀과 함께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의 사례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원숭이가 최장 758일까지 생존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e제네시스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과거에도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 교정 돼지 신장을 살아있는 환자에게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에는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가 유전자 교정 돼지 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했으나 환자는 두 달 후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있었으나, 환자는 6주 후 숨졌다.

의학계에서는 심장보다 신장 질환 환자가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돼지 신장 이식의 효용성이 더 크다는 시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는 매년 10만명 이상 환자가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지만, 6000명이 기다리다 사망한다"고 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한국의 신장병 환자 중 이식을 기다리는 경우도 3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한 해 2000명가량만 신장 이식을 받고 있다. 윤익진 건국대병원 교수는 "이번 미국 수술은 특수한 실험적인 케이스"라면서도 "신장은 다른 장기보다도 대기 수요가 많아 미국에서는 1~2년 내, 국내에서는 2~3년 내 임상 단계에 돌입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이종(異種) 장기 이식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기고자 :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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