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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시행됐다.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바다 한가운데서 조업 중이던 배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선주(船主)가 처벌을 받을까, 선원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 조업을 통솔하던 선장(船長)의 책임일까.

관련 부처와 기관에 직접 문의했다. 해양수산부에선 "선박을 소유한 대표인 선주에게 기본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선 "선주는 발주자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선장이 경영 책임자라 선장이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안전 관리 책임 여부에 따라 선주도 선장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더 정확한 것은 중대재해법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에 문의하라"고 했다. 주무 부처인 고용부에 문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실관계의 이면을 알 수 없는 개별 사례는 (누가 책임자인지) 모른다"며 "누가 중대재해법의 규율 대상인지는 법에 명확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으면 절차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중소기업인들끼리 만나면 서로에게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낸다고 한다.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는 증빙 서류는 몇 가지나 만들었느냐" "안전 장비는 무엇을 들여놔야 하느냐" 같은 것들이다. 법을 열심히 지키려고 해도 법이 모호해 영세 기업에서 해석해 대비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고용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이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한 개별 사례에 대해 일일이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 시행 전 제대로 된 설명이나 가이드라인 제시가 없다 보니 "주무 부처도 잘 모르는 법" 소리를 듣는다.

중대재해법 덕에 활짝 웃는 이들이 있다. 공포 마케팅을 앞세운 로펌과 컨설팅 업체들이다. 직원 37명 규모인 부산의 한 수산물 가공업 회사는 사설 컨설팅 업체를 통해 8000만원짜리 컨설팅을 받았다. 중소기업 대표가 모여 있는 소셜미디어엔 수천만~수억원짜리 컨설팅 홍보 글이 매일 올라오고, 보험사들은 "중대재해 발생 시 감형 사유에 '단체보험 가입 여부'가 있다"며 신규 보험 가입을 유도한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중대재해, 산업 안전과 관련한 법조인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중대재해법 목적이 "새로운 고용 창출"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까.

중소기업인 수천 명은 지난 1월부터 네 차례나 생업도 접어둔 채 모여 이 법의 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유예해주면, 더 잘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준비가 필요한 건 중소기업이 아닌 것 같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뒤에 "중대재해법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기고자 : 강다은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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