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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 '로기완'

배우 송중기(39)는 이 영화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이달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 송중기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벨기에 땅을 유령처럼 떠도는 탈북자를 연기한다. 노숙을 하며 공병을 주워 팔고, 겨우 마련한 빵 하나를 공중화장실에서 욱여넣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목이 멘다. 하지만 더벅머리에 버석한 분장을 해놔도 '늑대소년' 같은 외모는 숨겨지질 않는다. 탈북자 로기완이 아닌 "탈북자 연기도 잘하는 송중기"만 보인다는 점은 영화의 발목을 붙잡는다.

최근 만난 송중기는 "새로워 보이고 싶었고,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엔 북한말로 첫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북한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여러 지방의 사투리로 바꿔보며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기완에게 어울리는 차분하고 억세지 않은 자강도 사투리를 선택했죠."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2011)를 각색했다. 원작과 달리 영화에선 한국계 이민자 마리(최성은)라는 여주인공을 새로 만들었다. 탈북자를 소재로 한 콘텐츠에서는 보기 드물게 뜨거운 로맨스에 도전했다. 영화는 13일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까지 올랐으나 국내 평가는 싸늘하다. 누가 더 불행한지 경쟁하듯 괴로워하던 주인공들이 어느 지점에서 사랑에 빠졌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받는 주인공들은 가엾긴 하나 매력적이진 않다.

7년 전, 처음 시나리오를 본 송중기 역시 "이 상황에서 사랑은 사치 아니냐"며 출연을 고사했다. 5년 뒤 시나리오를 다시 읽었을 때 마음이 움직였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번엔 두 사람이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기완도 그냥 살아남는 것보단 잘 살고 싶어질 테고, 나약한 인간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랑이 아닐까 싶었죠."

송중기는 "죄책감 때문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기완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죄책감, '살아남으라'는 엄마의 유언을 짐처럼 짊어진 인물이다. "죄책감이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아서 촬영 일정을 바꾸자고 한 적도 몇 번 있었어요. 보는 사람을 설득시키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에선 똑똑하고 반듯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면, 최근 영화에선 어둡고 거친 캐릭터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화란'에선 조폭 역할로 서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그는 "드라마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정서나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대중적인 영화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흥행을 시켜야겠단 책임감은 있죠. 그 정도 책임감 없으면 출연료 많이 받으면 안 되죠."

'화란'과 '로기완' 모두 신인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화란'은 출연료를 받지 않고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보지 감독이 누구인지 보고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이제 유명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봐주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기고자 :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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