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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일까 우연일까

18일(한국 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끝난 2024 ISU(국제빙상연맹)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노 골드'로 대회를 마쳤다. '노 골드'는 2016년 이후 8년 만(2021년 불참)이다. 올 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 랭킹 1위 '에이스' 박지원(28)이 선봉에 나섰지만, 그는 전날 1500m 결승에 이어 1000m 결승에서도 동료 황대헌(25)에게 반칙을 당하며 우승을 놓쳤다.

이날 3바퀴를 남기고 황대헌에 이어 2위를 달리던 박지원은 세 번째 곡선 주로에서 인코스로 파고들어 선두를 꿰찼다. 순간 황대헌이 갑자기 왼손으로 박지원 허벅지 쪽을 밀었고, 균형을 잃은 박지원은 넘어졌다. 황대헌은 4위로 마쳤으나 실격 처리됐다. 박지원은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었고,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복사판이었다. 당시 1500m 결승에서 1위를 달리던 박지원은 세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파고들던 황대헌이 몸으로 밀어내자 순간 중심을 잃으며 순식간에 뒤로 밀려 결국 최하위에 그쳤다. 황대헌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효했으나 실격됐다.

황대헌 반칙→박지원 노메달은 이번 시즌에만 세 번째다. 작년 10월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황대헌이 무리하게 파고들다 박지원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황대헌은 이 장면으로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이 대회에서 받은 포인트를 모두 몰수당했다. 황대헌은 2022 베이징 올림픽 1500m 금메달, 5000m 계주 은메달, 2018 평창 올림픽 500m 은메달 등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 선수 중 하나다. 몸싸움에 능하고 공격적인 주행을 펼치는 스타일. 선배(박지원)와 공교롭게 자꾸 사고가 나자 그는 전날엔 "지원이 형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이날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박지원은 부상 여파로 5000m 계주에도 결장했고 이번 세계선수권 개인전을 노메달로 마쳤다.

박지원은 아직 병역 미필이다. 2025년 하얼빈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는 목표도 있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서 다음 달 국내 선발전에 나가게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상 국가 대표에 자동 발탁되려면 세계선수권 종합 순위 1위를 하면서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 이상을 따야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중국 린샤오쥔(28·한국명 임효준)이 남자 500m와 5000m 계주, 혼성 계주에서 우승하면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훈련 도중 황대헌 바지를 내리는 장난을 쳐 1년 자격 정지를 받았다. 강제 추행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한국에서 선수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기고자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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