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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 투수 다케우치 게이토

일본에서 20대 프로야구 선수가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선 초·중·고교생 상당수가 야구·축구 등 운동 부카쓰(部活·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나, 프로야구 현역의 의사 시험 합격은 처음이라고 산케이스포츠 등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일본 프로야구 웨스턴 리그(2부 리그) '구후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 소속 우완 투수 다케우치 게이토(25)는 지난 15일 의사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건 그가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경기에 출전해 마운드에서 역투하는 도중이었다. 이 경기는 웨스턴 리그 개막전이자 다케우치의 프로 데뷔전이기도 했다. 그는 산케이스포츠 인터뷰에서 "7회까지 공을 던지고 내려오니 (의사 시험에) '붙었다'란 어머니의 문자가 와 있었다"고 했다. 앞서 그는 의대에 진학해 대학 야구 선수 생활을 병행한 데 이어 이날 의사 자격도 취득하게 됐다.

1999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난 다케우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 중학교까지 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4년 일본 15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같은 해 멕시코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고교 시절엔 '일본 고교 야구의 꽃'이라 불리는 고시엔 대회에 나갔다. 유년 시절부터 일본 프로야구를 이끌 유망주로 꼽힌 다케우치는 중학교 2학년 때 '의사의 꿈'을 품었다. "부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야구와 관련 있는 정형외과 의사를 진로로 정했다고 한다. 고교 시절 야구부 활동을 마치면 지친 몸으로도 매일 공부를 했다. 학교 인근 도서관과 카페에서도 책을 집어들었다. 운동을 쉬는 휴일엔 하루 열두 시간 넘게 공부했다고 한다. 고교 3학년이던 2017년 그의 활약을 본 대학 야구 스카우트들이 영입을 제안했지만 '우선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그 결과 첫 입시에서 국립대인 군마대 의학부 의학과에 합격했다. '한 과목이라도 소홀히 하면 유급'이라는 의대 생활 속에서도 야구의 꿈을 놓지 않았다. 병원 실습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훈련에 힘썼다. 의학 공부와 선수 생활을 함께하는 6년이 지났다.

군마대 야구부에서 기량을 유지한 그는 지난해 11월 현재 소속팀에 프로 입단 테스트를 받고 합격했다. 키 181㎝, 몸무게 83㎏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투구 능력과 50m를 6.3초에 주파하는 빠른 다리 등이 구단 관계자의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문무양도(文武兩道·학문과 무예의 두 길)'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케우치는 대학 3학년 때인 2020년 봄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야구를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수술을 마친 다음 날, 병실에서 TV로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신인 선수 선발) 중계를 보던 다케우치는 그의 고교 동창이자 라이벌이었던 선수가 1부 리그 구단에 지명된 소식을 접했다. 다케우치는 이에 "나도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그는 해부·생리·영양학 등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재활과 훈련에 활용했다고 한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회복 이후 경기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147㎞ 강속구를 던졌다. 고교 시절 최고 기록(시속 141㎞)을 뛰어넘는 속도였다. 이때 "야구 생활을 끝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지 스포츠 매체 디앤서에 따르면, 다케우치는 향후 2년 이상의 연수의(인턴에 해당)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야구 경력을 마친 뒤에 의사의 길을 걷겠다"고 디앤서에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사 부족 문제가 우려되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의사 부족에 따라 의대 정원을 늘려왔다.

다케우치는 '의대 출신'이란 꼬리표에 대해서도 "오히려 응원해 줄 사람이 늘어날 계기"라고 했다. 그는 "야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어린 학생들이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나를 보며 '(둘 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고자 :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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