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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서 모레 첫 심리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여하는 첫 전원 합의체 심리가 21일 열린다. 전원 합의체가 새로운 판결을 내리거나 기존 판결을 바꾸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전원 합의체도 '노사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직접 응해야 한다"고 낸 소송에 대한 심리다. 이 소송에서 금속노조의 주장은 국회에서 야당이 추진했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이른바 '노란봉투법' 핵심 조항과 같다.

1심과 2심은 금속노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으로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린다면 심각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조희대 대법원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닮은꼴', 대법원 심리

금속노조는 2017년 1월 현대중공업에 대해 '단체교섭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사내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등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서 "하청 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청구에 현대중공업이 응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4월 금속노조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단체교섭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노사 간에 진행되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의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지부는 하청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을 뿐 현대중공업과는 근로계약을 한 바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하청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직접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금속노조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2018년 11월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된 것은 2018년 12월이다. 대법관 4명이 참여하는 소부(小部)인 대법원 1부에서 5년 넘게 심리했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 1부는 '진보 2 대 중도·보수 2'로 구성돼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오경미 대법관과 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노태악 대법관과 서경환 대법관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된다. 결국 지난 12일 대법원 전원 합의체로 사건이 올라왔다. 한 법조인은 "대법원 소부 대법관 4명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 합의체로 사건을 넘기게 된다"고 했다.

◇"노사 관계에 중대한 영향 줄 재판"

이 사건에서 금속노조의 주장은 국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대로 입법이 됐다면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작년 말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만약 대법원이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다면 노란봉투법이 성립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업장마다 하청 노조에 단체교섭권을 주면 노사분규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산업이 원청부터 하청, 재하청으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모든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동시다발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혼란이 생길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한 법조인은 "현재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중도·보수 8 대 진보 5'로 구성돼 있다"면서 "기존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그래픽]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온 '원청-하청 직접 교섭 인정 여부' 사건 기고자 :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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