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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 밥 말리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

"하나의 사랑, 하나의 마음. 우리 함께 더 나아지자(One love. One heart. Let's get together and feel alright)."

밥 말리(1945~1981)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1977년 대표곡 'One love'의 가사다. 이 노래를 제목으로 한 밥 말리의 전기(傳記) 영화 '밥 말리: 원 러브(감독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가 13일 국내 개봉한다. 북미에선 이미 흥행 돌풍 중이다. 지난달 18일 개봉 후 첫 2주간 박스오피스 1위, 8300만달러(약 1145억원) 수익을 거뒀다. 세계 56개국 수익도 벌써 1억4600만달러(약 1942억원)로 추정된다. 미국 포브스지는 '보헤미안 랩소디(수익 2억1600만달러)처럼 미국에서 최고 수익을 올린 음악 전기 영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짜임새에 대한 평은 다소 엇갈린다. 주요 무대는 1976년 조국인 자메이카의 수퍼스타가 된 밥 말리가 국민에게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려 '스마일 자메이카 콘서트'를 개최하려다 암살 시도를 받던 때. 정당 간 정치 싸움이 격화되며 자메이카 거리 곳곳에 총성이 난무하던 시기다. 말리는 런던으로 피신해 21세기 최고 명반(미 타임지 선정)인 'EXODUS'를 탄생시켜 세계적 흥행에 성공하고, 1978년 '원 러브 피스' 콘서트를 다시 조국에서 개최한다.

문제는 영화가 평화를 부르짖는 말리의 구도자적 면모에만 집착한다는 점. 당초 영화 제작자 명단에는 말리의 내밀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가족(아내 리타 말리, 자녀인 지기·세델라 말리)이 올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영화의 절반 이상이 말리와 자메이카 흑인 커뮤니티의 영적 교류와 깨달음 장면으로 채워진다. 대마초 합법화 운동을 펼치고, 혼외자까지 포함해 11명의 자식을 뒀던 생전 그의 자유분방한 면모들은 뚝뚝 잘려 나갔다. 미국 CNN은 "영화가 말리 가족이 작곡한 단조로운 곡만을 연주했다"고 평했다.

1978년 '원 러브 피스' 콘서트의 핵심 장면을 부실하게 다룬 것도 악수(惡手)로 보인다. 말리가 인민민족당 소속 자메이카 총리와 노동당 총재를 무대 위로 불러내 손을 함께 치켜드는 역사적 장면을 생전 영상으로 대체했다. 말리의 생전 목소리 녹음본에 자기 목소리를 겹쳐 부른 주연 배우 '킹즐리 벤어디어'의 재연 연기에 흠은 없지만, 보헤미안 랩소디 속 마이크를 휘어잡으며 아디다스 운동화를 까딱거리던 프레디 머큐리처럼 전율을 주는 장면은 없다. 말리가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를 재림 예수로 섬기는 '라스타파리교'를 음악으로 이끈 사실을 모르면 이해가 어려운 불친절한 장면도 많다.

그럼에도 단점들을 상쇄하는 건 결국 '말리의 음악'이다. 말리 가족의 직접 참여로 저작권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 덕에 그의 히트곡 22개가 풍성한 배경 음악으로 쓰였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응접실에서 말리 밴드가 'I Shot the sheriff'를 부르거나, 1963년 킹스턴 스튜디오에 몰려들어 'Simmer Down'을 즉흥 연주할 땐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말리가 영화 '영광의 탈출(EXODUS)' 배경음악 LP를 듣고 자신의 동명 앨범 힌트를 얻거나, 당시 런던의 유행 펑크 밴드 '더 클래시'의 노래 'White Riot'을 듣고 "우리처럼 반항적이지만 달라. 왕실을 비판할 뿐이잖아"라고 선을 긋는 음악적 야사 또한 쏠쏠한 재미다.

영화에서 말리는 1978년 조국으로 돌아오던 중 한 기자의 "이 세상이 (공존을) 해낼 수 있다고 믿나요?"란 질문에 "해내야죠. 해낼 겁니다. 달리 방법이 없어요"란 답변을 돌려준다. 이 레게 거장이 36세의 나이에 암으로 요절한 지 40여 년이 훌쩍 지났다. 그럼에도 '밥 말리' 세 글자에 세계 곳곳의 관객이 줄을 잇는 건 그의 노래가 타개할 것을 외치는 분열과 대립이 여전히 사라지지 못한 탓일 것이다.

☞밥 말리

제3세계 음악이었던 '레게'를 1970년대 인기 장르로 끌어올린 가수. 16세 때부터 그룹 '웨일러스' 멤버로 활동했고, 1974년 'Natty Dread', 1977년 'EXODUS' 등을 히트시키며 세계적으로 7500만장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저항 정신, 평등, 인권 등을 주로 노래했다. 록, 팝, 힙합 같은 다른 장르 뮤지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 영화 속 밥 말리의 대표곡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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