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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 버스 17년간 운행한 박영복씨, 직원들 박수받으며 운전대 내려놔

지난달 23일 대구 북구의 한 어린이집 정문 앞. 직원 십여 명이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르신!"이라며 어린이집에 들어서는 한 노인에게 손뼉을 쳤다. 노인은 두 손을 들고 인사하며 직원들이 마련한 떡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껐다. 지난 2007년부터 17년간 이 어린이집에서 등·하원 버스를 운행해온 박영복(77)씨를 위한 작은 은퇴식이었다.

어린이집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20초 분량의 짧은 은퇴식 영상은 7일 기준 조회 수 780만을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마음 따뜻한 영상에 흐뭇하다" "인류애가 풀(full) 충전되는 느낌" 등의 댓글을 달았다. 박씨는 "당연히 내가 할 일을 한 것일 뿐인데, 다들 이렇게 칭찬을 해주니 쑥스럽다"고 했다.

박씨는 스무 살 때부터 대구에서 시외버스 기사로 일했고, 정년퇴직 이후 이 어린이집의 버스 기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무렵 박씨는 아내와 헤어져 혼자가 됐고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고 한다. 박씨는 "외톨이가 된 내가 잘못된 인생을 살았다고 자책할 때도 많았지만 교실에서 품속으로 달려드는 아이들만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며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내 아들과 딸로, 아이들을 내 손주로 생각하고 일해왔다"고 했다. 박씨가 어린이집 은퇴를 결심한 건 최근 척추 협착증을 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아픈 몸으로 버스를 몰다가 혹시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했다.

박씨는 "17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인근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가면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 인사하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박씨는 "9년 전 토요일마다 외부 명승지로 견학을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내게 늘 '업어 달라'며 조르던 일곱 살 여자아이가 여중생이 됐다"며 "반갑게 인사해줄 때마다 이 일을 하길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17년간 수백 명의 아이를 만나 온 박씨도 최근 저출생 여파를 체감했다고 한다. 박씨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어린이집 원생이 159명이었는데 퇴직할 때는 90명 아래로 줄었다"며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이렇게 아이들이 줄어들다가는 5년도 버티기 힘들다'고 말한다"고 했다. 박씨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왜 낳지 않을까' 싶어 안타깝다가도 양육비가 많이 드는 현실을 생각하면 젊은 부부들의 상황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박씨는 퇴직 이후에도 어린이집 텃밭을 가꾸거나 토끼를 돌보는 등 무보수로 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이 일을 하며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받았다"며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기고자 :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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