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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영상 수없이 분석해 '공략법' 만듭니다＂

남자프로농구 SK 나이츠 전희철(51) 감독은 지난달 10일 정관장을 상대로 역대 최단 경기 100승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100승을 올릴 때까지 147경기가 필요했다. 승률이 68%. 앞서 강동희·신선우 감독이 151경기 만에 이룬 업적을 앞당겼다.

그는 2021년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준비된 감독'이란 말을 들었다. 2008년 은퇴 후 SK 나이츠에서 2군 감독과 전력분석팀장, 운영팀장까지 지냈다. 이후 전임 문경은 감독을 10시즌 동안 수석 코치로 보좌했다. 선수(2003~2008년)와 지원 부서, 코치·감독까지 20년 넘도록 'SK맨'으로 일하고 있으니 그보다 더 이 팀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없는 건 당연하다.

"2008년 은퇴 당시 팀에서 운영팀장을 제의했어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신입 사원 각오로 기꺼이 받아들였죠. 영구 결번된 팀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생각도 컸고요. 그냥 코치로 선수단에 남았다면 절대로 몰랐을 구단 사정도 프런트로 일하면서 이해하게 됐죠."

SK 나이츠 구호는 '활발한 소통! 끈끈한 팀워크'다. 감독이 승리 인터뷰를 할 때 선수들이 물을 끼얹을 정도로 벽이 얇다. 하지만 단지 소통만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순 없다. 전 감독은 '디테일 마스터'로 불린다. 상대를 연구하고, 그에 대한 세밀한 맞춤 전술로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데 능하다는 평가. 특히 '데이터 농구' 선구자를 자처한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상대 팀과 선수들 예상 득점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득점 아래로 묶어놓을 수 있는지 지시한다. 팀 선수들에게도 해당 경기에 달성할 목표를 정량화해서 알려준다.

전 감독은 "상대를 분석하다 보면 우리 선수들과 매치업에 따른 상대 선수 예상 득점이 나오고, 그러면 그날 경기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지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고 했다.

"데이터가 줄 수 있는 선입견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먼저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고, 그런 다음 데이터와 맞춰 보면서 대비책을 찾아요. 그렇게 영상과 데이터가 쌓이면 우리가 한 시즌 동안 가져가야 할 공격과 수비의 기본 틀이 잡히죠. 그 틀을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변화를 줍니다. 만약 선수들 사이에서 그 기본 틀, 정해진 전술적 약속이 없다면 훈련이나 실전 때 선수들이 내 주문이나 의도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SK는 올 시즌 김선형, 안영준 등 주전들 잇단 부상에도 4위로 선전하고 있다. 우승 후보라는 당초 예상보단 못 미치지만 세밀한 맞춤 전술이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새로운 위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업 멤버들이 자기 역할을 잘해내면서 오히려 전술적인 활용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전 감독 아래 치른 두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SK는 16승 5패(승률 76.2%). 정규 시즌보다 승률이 더 높다. 정관장과 챔피언전을 두 번 치러 21-22시즌엔 4승 1패로 우승, 22-23시즌엔 3승4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전력이 비교적 평준화돼서 플레이오프 6팀 모두 가능성이 있어요. 누가 더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부상을 피하느냐가 중요하죠. 우리는 주전들이 빠진 상태에서 잘 버텨왔으니 마지막에 분위기를 잘 끌어올린다면 자신 있습니다."

[표] '준비된 감독' 전희철 기고자 :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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