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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3주째, 힘겨운 병원

전공의 파업 3주 차인 5일, 서울 대형 병원 응급실 68%는 파행 운영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 상황판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형 병원 응급실 32곳 중 22곳이 '제한적 진료'를 하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은 단순 봉합 진료가 불가능했고,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은 대동맥 관련, 중증 화상, 산부인과 환자를 받지 않았다. 건국대병원은 소아과 전공의가 없어 중증 소아 환자 수용이 곤란하다고 했고, 경희대병원은 피부과·성형외과·소아청소년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누적된 파행 운영으로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119 구급대원 A씨는 "공사장에서 작업자가 철판에 긁히는 바람에 얼굴이 크게 찢어져 근처 대형 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전공의들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며 "다른 병원 응급실도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환자는 수소문 끝에 동네 성형외과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사설 구급대원 B씨는 "대기가 길어지거나 응급실 입원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고지하고 동의를 받은 뒤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고 했다.

응급실 포화도 심각한 상태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이모(70)씨는 "자궁암 환자인 40세 딸과 함께 전날 밤 9시에 구급차를 타고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병상이 없어 14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며 "응급실 안에도 보호자가 대기하는 소파가 있는데, 대기 환자들 때문에 앉을 자리가 없어 나와 있다"고 했다.

충남 천안에 사는 홍모(57)씨는 간 질환을 앓는 28세 아들을 데리고 전날 오후 8시쯤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고 했다. 홍씨는 "아들이 40도까지 열이 올라 급하게 기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아 새벽에 신장 투석을 받았다"며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추가적인 치료가 급한 상황인데, 간호사들이 해열제와 항생제 주사만 놔준 뒤 아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응급실에 의사들은 없고 간호사들만 분주하다"며 "간호사들에게 뭘 물어보려고 해도 모두가 '나는 담당 아니니까 담당 간호사한테 물어보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도 의료진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며 혼잡한 상황이었다. 어지럼증과 고혈압 증세를 호소한 아내와 응급실을 찾은 원모(77)씨는 "아내가 응급실 안에 의사가 없다고 했다"며 "오전에 MRI를 찍었는데 이와 관련해 설명해줄 의사가 없어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 김모(30)씨는 "평소에 전공의를 비롯해 의사 7명이 붙어야 할 응급 수술도 2~3명이 하고 있다"며 "응급실 대기 시간도 배로 길어졌고, 대기 환자만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수술이 평소보다 분명 잘못된 것 같은데 다들 힘들고 바쁘니 외면하려고만 한다"고 했다. 인천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 간호사 박모(31)씨는 "응급실이 포화 상태라 급한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최대한 빨리 치료하고 중환자실로 보내고 있다"며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환자 상태가 악화돼서 응급실로 다시 내려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고유찬 기자 김도연 기자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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