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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나소카운티 행정명령 논란

지난달 8일 미국 매사추세츠 사립학교 간 여자 농구 경기. 림에서 튕겨나온 공을 한 선수가 점프도 하지 않고 움켜쥐었다. 다른 선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데다 얼굴 양옆으로 긴 구레나룻, 턱수염까지 있는 선수였다. 누가 봐도 남성 같아 보이는 이 선수에게 상대가 공을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수염 난 선수가 공을 움켜쥔 팔을 휘두르자 상대는 코트에 나뒹굴었고, 허리에 손을 대고 고통을 호소해 경기가 중단됐다. 상대 선수 3명이 이런 식으로 다쳤다. 남은 이들은 기권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장면은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수염 난 182㎝ '생물학적 남성'이 여자 농구 경기에 나서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트랜스젠더 선수가 있는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이 선수는 성 정체성이 여성이고, 한 번도 남자 팀에서 뛴 적이 없다"며 "온라인상 과도한 악성 댓글을 자제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여성 종목에 나서도 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트랜스젠더도 스포츠 경기에 나설 권리가 있다는 주장과, 타고난 신체가 다르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면충돌하는 것. 남성부 462위에서 여성부 1위로 성적이 급등한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25·미국)처럼 주로 개인 종목에서 벌어진 논란이 이젠 구기 종목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대학 배구 경기에는 머리카락만 길 뿐 골격이 다부진 트랜스젠더 선수 5명이 동시에 코트에 나섰다. 양 팀 모두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있었고 이들이 경기를 주도했다. 결과는 트랜스젠더가 1명 더 많은 학교가 3대2로 이겼다. 지난해 11월엔 잉글랜드 여자 축구 7부 격인 셰필드-할람셔 리그에 트랜스젠더 선수 프란체스카 니드햄(31)이 등장했다. 덩치 큰 니드햄에게 맞서다 무릎이 부러졌다는 상대 팀이 경기를 거부했다. 이에 니드햄은 그들에게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논란이 일자 니드햄은 "차별과 관련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 뉴욕주 나소 카운티는 지난달 22일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경기 참가를 행정명령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트랜스젠더는 더 큰 뼈대와 많은 근육량을 가지고 있어서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뉴욕주 검찰총장이 1일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는 뉴욕주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5일 안에 행정명령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나소 카운티는 "뉴욕주 행동이 오히려 불법적"이라면서 맞서고 있다.

세계육상연맹은 일부 트랜스젠더 선수에 대해선 여자 세계 랭킹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연맹은 지난해 3월부터 남성으로 사춘기를 거친 성전환 선수가 출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세계수영연맹은 지난해 10월 베를린 월드컵부터 성소수자를 위한 종목을 따로 만들었지만, 참가자가 1명에 그쳐 정식 시행은 실패했다.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 등에서는 "성소수자를 공적인 영역에서 배제하려는 전국적인 시도 중 하나"라면서 "문제없이 학교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트랜스젠더 선수가 수백 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CNN은 "2017년 스포츠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가 비트랜스젠더 선수보다 운동 능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직접적이거나 일관된 연구는 없다"고 전했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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