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미국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 서점 입구에는 세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추천 도서들이 진열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BTS 멤버 정국의 노래 'Seven'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추천 도서의 첫째 자리에 BTS 데뷔 10주년 기념 도서인 '비욘드 더 스토리'가 있는 것 아닌가? K팝은 전 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라디오에서는 한국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식도 더 이상 이국적인 음식이 아니다. 점심때면 하버드 스퀘어 북쪽에는 세계 각국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들이 모여드는데 그중 비빔밥은 단연 인기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냉동 김밥은 여전히 인기 폭발. 한번 맛보고 싶었지만 매번 허탕이라 점장에게 하소연했더니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처지라고 한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학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하버드대 아시아센터에선 김선주 한국사 교수가 기획한 '한국은 어떻게 하버드에 왔나'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1906년 하버드 최초의 유학생이었던 독립운동가 윤병구 목사부터 1981년 한국학 연구소가 세워지기까지 120년에 이르는 하버드 속 한국의 역사가 펼쳐져 있다. 미국 전역에서 한국학 강좌 수요도 수십 배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의 한류가 눈부시지만, 사실 그 시작은 매우 오래전이다. 1883년 조선 최초의 방미 외교사절단인 보빙사의 일원으로 왔던 유길준은 보스턴 근교인 세일럼에서 수학했다. 잡일을 하며 학비를 벌던 힘든 시간에도 그는 세일럼의 피보디 에식스 박물관 에드워드 모스 관장과 교류하며 한국을 알렸고, 갑신정변으로 인해 서둘러 고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자신이 쓰던 갓을 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지금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의상으로 유명해진 갓이지만 사실 그의 갓에는 위태로운 국운에 대한 비탄과, 그런데도 가진 것을 전부 바쳐 한국을 알리고자 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각국의 화려한 유물 사이에 놓인 유길준의 갓을 보며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한류를 누리는 것이 아닐까 자문해본다. 기고자 : 김지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국제협력팀장·하버드대 풀브라이트 방문학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2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