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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지 않는 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2월 월례 독회를 열고 안보윤 소설집 '밤은 내가 가질게'와 이주혜 장편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작년 10~11월 출간한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안보윤의 '밤은 내가 가질게'는 학교 폭력, 아동 학대 등 폭력적 상황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단편 7편을 묶은 작품. 피해와 가해라는 단선적 구도를 넘어, 용서·책임을 대하는 인물의 진심을 추적한다. 정명교 위원은 "사회적 삶 속에서 불만을 갖고 '별명'을 통해 새로운 지위와 정체를 추구하는 요즘 소설과 달리, 인물들이 자신에게 붙은 별명을 통해 삶의 진실을 심각히 왜곡당하고 있는 양상을 폭로하고 있다"고 했다. 구효서 위원은 "천사와 악마가 우리의 밖에도 안에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며 "진심과 진실, 사랑과 용서, 구원과 학대, 가해와 피해를 되뇌고 되뇌는 일이 괴물로 전락하는 일을 막는 최소한의, 그러나 궁극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고 했다. 김동식 위원은 "일상 속에 돌봄과 상처라는 문제가 얼마나 일상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주혜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은 일상이 무너진 오십대 여성 화자가 오래된 기억을 일기로 쓰는 이야기. 시옷이란 화자를 내세운 일기를 통해 외면했던 삶의 희비를 비로소 마주한다. 김인숙 위원은 "일기인 척하는 이 소설은 '우리는 무엇을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부정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 서두르지 않고 다가간다"며 "넘어지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은 없다. 이주혜의 소설은 잘 넘어지는 방식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즐겁다"고 했다. 이승우 위원은 "(일기에서) 우리는 단순히 한 개인의 상처가 아니라, 시대의 얼굴과 마주한다"며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걸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주혜는 기꺼이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평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그래픽] 본심 후보작 선정 이유 기고자 : 이영관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5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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