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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영애, 내달 단독 콘서트

서울 종로구 한영애(68)의 연습실에는 낮은음자리표에 음표 다섯 개를 그린 악보가 놓여 있었다. "아이 그걸 들켰네." 쑥스럽게 웃으며 한영애가 말했다. "솔로 가수는 사실 합창이나 악기 연주 때가 아니면, 낮은음자리표를 볼 기회가 많이 없어 그 음을 헷갈릴 때가 있어요. 요새 한국 전통 춤도 배워요. 연습 안 하면, 꿈꾸지 않으면 어떻게 노래하겠습니까."

1976년 그룹 해바라기의 보컬로 데뷔, 활동 48년 차. 그럼에도 배움을 갈구하는 한영애의 별칭은 '소리의 마녀'다. 록, 포크, 블루스, 전자음악 등 다장르를 오가며 짙고 독특한 음색으로 자유자재 노래한다는 뜻. 한영애는 "도깨비처럼 재미있는 별칭이라 좋아한다. 익살스러운 장난을 '소리를 잘한다'고 봐주는 것 같아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오는 3월 17일 오후 5시 마포아트센터 아트맥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다시, 봄(티켓 7만7000원~9만9000원)'으로 1년 6개월 만에 활동 기지개를 편다. 가수 인생 처음으로 단독 공연 때 부르지 않는 걸 원칙으로 했던 초대 가수들도 올린다. 임지수, 신예원, 이소정, 강태관, 범주 등 20~40대 젊은 후배 가수들이 한영애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른다.

자신이 데뷔할 때 대부분 세상에 없던 친구들에게 노래를 맡기는 심정은 어떨까. 한영애는 "물리적인 시간의 갭은 의미가 없다. 후배들을 비롯해 주변인들은 나를 '나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연습 중 '선생님'이라고 하면 벌써 호흡에 장벽이 생긴다"며 웃었다. 관객에겐 종종 자신을 '스물여덟 살 딸기'로 소개해왔다. "28~29살 사이가 나의 지나온 과정 중 어디로 튈지 몰랐던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나이 때 많은 이들이 이 길이 내 길인가, 계속 가야 하나, 사회적 타협 등을 떠올리며 여러 방황을 하죠. 저 역시 해바라기 활동 후 (1978년부터) 극단 생활을 10년 하며 방황하다 '아, 내게 음악이 있었지' 재발견했고, 서른한 살(1986년)에 솔로 가수로 재데뷔했어요."

1976년 MBC에서 주최한 '전국 신인가수 선발대회' 출전 당시 악단장이었던 작곡가 김강섭씨가 던진 한마디는 한영애가 "20대 동안 가슴에 품고 다녔던 화두"였다. "당시 김연자씨도 같이 나온 대회였어요. '당신이 가버릴 때까지'를 노래하고 딱 내려오는데 그분이 '이봐, 이런 데 나오지 말아. 자넨 이런 데 나오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했죠. 당시엔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나중에는 나름의 해석이 생기면서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후 20대 한영애의 목소리는 해바라기 1·2집에 담겨 1970년대 명동, 신촌 등에 흩뿌려져 있던 청춘들의 공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어느 새 이 공간의 대부분이 세월에 밀려 사라졌고, 청춘이 애호하는 음악 장르도 달라졌다. 한영애는 "시절이 바뀌는 걸 이해할 수 없어 허덕이긴 해도, 나는 그때그때 받아들이려 한다. 우리 어머니·아버지들도 우리가 했던 통기타 음악을 '요즘 노래는 노래 같지 않아'라고 말하곤 하셨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세대에 구애 받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20대부터 80대까지 다 와 있는 롤링스톤스 공연이 좋은 예다. 우린 서로 어울리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여러 세대가 함께 놀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게 해법이 아닐까."

한영애는 이번 공연 끝에 후배들과 자신의 곡 '조율'을 함께 부르며 마칠 계획이다. 남성 포크 가수 '한돌'이 쓴 원곡을 한영애가 1992년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며 개작해 발표한 곡이다. 한영애는 "지금 다시 쓴다 해도 곡의 가사와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이 뭐 그렇게 바뀌나"라며 "가사 중 '잠자는 하늘님' 부분이 참 좋아서 가사를 이어붙인 곡"이라고 했다. "인간이 너무 나약해서 그냥 조율되기만 기다리는 게 아닌, '나도 노력할 테니 하늘님, 첫 단추 좀 어떻게 해봐요'라고 외치는 느낌이 좋았죠." 한영애는 "이 곡 외에는 내 음악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것을 피해 왔다. 노래에 특정 슬로건이나 이슈를 담아 말하는 게 바람직하진 않다 생각한다"고 했다. "음악은 듣는 이의 해석의 자유에 맡겨야 해요. 제가 특정 해석을 바라면 안 됩니다. '자유'와 같이 절실한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하는 때는 좀 달리 봐야겠죠. 하지만 전 늘 청자의 상상력을 뺏지 않는 선에서, 제 음악에 대해선 20%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영애

1976년 포크 그룹 해바라기의 보컬로 데뷔했다. 1978년부터는 극단 '자유'를 통해 10년간 연극계에서 활약했다. 1986년 첫 솔로 데뷔 후 모창이 어려운 독보적인 음색과 표현력이 호평받았고, 정상급 보컬리스트로 꼽혀왔다. 1988년 '누구없소?' '코뿔소' '루씰' 등을 담아 낸 2집 '바라본다'는 국내 평단의 명반 리스트에 자주 거론된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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