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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남권의 굴곡진 역사

영등포, 구로 등 서울 서남권 지역은 산업화 시대 '한강의 기적'을 이끈 수출 주역들의 무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과거의 영광은 자취를 감췄다. 준공업지역 규제에 가로막혀 도심 개발에서 후순위로 뒤처졌고, 지금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네가 됐다.

과거 영등포는 일제가 구상한 '경성 메트로폴리스'의 출발점이었다. 1899년 경인선, 1905년 경부선이 개통하면서 분기점인 영등포가 경성의 교통·물류 중심이 됐다. 일본 자본이 들어오자 영등포 일대에 시가지가 형성됐고, OB맥주의 전신인 일본 기린맥주 공장부터 조선제분, 조선피혁 등이 들어섰다. 조선인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주식회사 경성방직이 1923년 문을 연 곳도 영등포였다.

1930년대 영등포는 대륙 침략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조선총독부는 1936년 영등포 일부 지역을 경성에 편입시켰고 영등포 등을 '경인공업지역'으로 지정해 본격적으로 군수 물자를 생산했다. 금속·기계 공장을 짓고 이곳에서 만든 전쟁 물자를 만주 등으로 실어 날랐다.

광복 후에도 이 일대는 공업 지역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대표적 장소가 문래동 철공소 거리다. 1980년대에는 철공소가 2500곳이 넘었다. 지금은 1200여 곳만 남아 있다.

1960~1970년대 수출 전진기지였던 구로공단은 구로·가산디지털산업단지로 다시 태어났지만, 준공업지역 규제 때문에 주거 인프라가 부족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4년 이 일대 재개발을 중단시키고 예술 마을을 만드는 등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했으나, 이조차 실패로 돌아갔다. 기고자 :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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