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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악몽 현실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응급실 뺑뺑이를 돌던 80대 환자가 숨졌고, 창원에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신생아가 3시간 만에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지난 23일 낮 12시 27분쯤 의식장애를 겪던 80대 여성 A씨가 구급차에 실렸고, 20여 분이 지나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도하며, 전화로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병원 7곳에서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의 통보를 받았다. 53분이 지나서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A씨는 결국 숨졌다. 소방 관계자는 "구급차에 동승한 보호자가 환자의 호전이 어렵다고 보고 '추가적인 응급처치를 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응급처치를 중단한 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A씨는 말기 암 환자로 가정 호스피스 진료 중 상태가 악화돼 구급차로 이송 중 사망했다"며 "병원들의 응급실 수용 거부와는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올 2월 태어난 남자 아기가 3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아 헤맸다. 지난 25일 오전 8시 31분쯤 창원시 의창구 중동에서 남자 아기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신고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삼성창원병원부터 연락했지만, 이송을 거부당했다. 이어 양산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병원 등에 차례로 연락했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기는 3시간여 만에 65㎞가량 떨어져 있는 진주경상대병원 응급실에 가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한 사례였다"며 "다행히 아기는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보호자는 "항암을 받고 있는데 열이 나서 급하게 응급실에 왔지만 밤새 응급실에서 대기만 했다"며 "간호사들에게 독촉하면 '의료진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대답만 했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준호 기자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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