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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중 별명이 '(모)범생'인 A씨에게는 숨겨진 과거가 있다. 한때 댄스클럽을 문지방 닳도록 드나들었단다. 다만 모양새가 이상했다. 홀로 참선이라도 하듯 꼿꼿이 서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과 음향 분석에만 골몰했다고. "집에서 헤드폰으로 듣는 것보다 생생한 현장에서 듣는 댄스음악이 내 귀를 열어주고 글을 바꾸게 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본디 '댄스음악'이란 춤추기 위한 음악이다. 화톳불 앞에서 동물의 뼈와 가죽을 두들기던 선사시대부터 그랬다. 댄스음악 앞에서 감히 댄스하지 않는 A씨는 그런 대명제를 거스른다. A씨 같은 태도가 생겨난 건 1980년대 미국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TV의 등장 때문이다. 댄스음악의 정의를 '내가 춤추는 음악'에서 '춤추는 이들을 바라보는 음악'으로 넓혔다. K팝은 그런 흐름의 꼭짓점에 있다. 수많은 팬이 모인 K팝 콘서트장에서 격렬한 몸짓으로 춤추는 이들은 주로 무대 위에 있다. 수만 명 관객은 대개 응원봉을 흔들며 춤추는 이들을 보며 열광한다. K팝이 세계적 붐을 일으킨 비결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댄스를 눈으로 즐기도록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최적화시킨 콘텐츠 '형식'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댄스클럽에 갔다'는 사실이 밝혀져 일부 팬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갔다'는 해명은 "그럴 리 없다"는 반론에 부딪혀 공식 사죄로 이어졌다. 함께 간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동행 아이돌 명단까지 떠돌았다. 댄스 가수가 댄스클럽에 간 게 죄라니…. 홍길동전 속 '호부호형을 못 하고…'가 따로 없다. K팝 팬덤은 때로 가수에게 동정녀 마리아에 가까운 염결성을 요구한다.

진짜 예술은 삶의 장면과 직접 부딪치는 '경험'에서 나온다. 가슴을 쿵쿵 때려대는 클럽 비트, 넓은 댄스 플로어를 신나게 누비는 사람들의 움직임…. 클럽은 기획사가 마련한 연습실에선 배울 수 없는 진짜 댄스의 현장이 아닐까. 2022년 데뷔 직후 K팝 판도를 바꿔놨다고 호평받은 걸그룹 뉴진스의 음악에도 핵심 작곡가인 프로듀서 250이 이태원 클럽을 누비며 얻은 음악적 경험이 녹아 있다. 그러니 부디 허하라. K팝 수출의 선봉장, 이 땅의 모든 댄스 가수들에게 자유로운 댄스클럽 출입을. 기고자 :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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