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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 적어야 이익 늘고 신뢰 확보
반도체 패권 이동에 핵심적 역할

수율(收率)은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이다. 생산품에서 정상 제품 비율을 뜻하는 수율이 높다는 것은 불량품이 적다는 뜻이다. 예컨대 수율 60%는 반도체 100개를 만들어 40개를 버린다는 의미이다. 수율이 높을수록 이익이 많이 남고, 기업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장비를 앞다퉈 구매하는 이유도, 더 정밀하게 회로를 새길 수 있어 불량품이 나올 확률을 낮춰주기 때문"이라며 "수율은 반도체 설계, 최첨단 장비, 공정 최적화, 노하우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했다.

수율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과 대만으로 이동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1971년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 D램을 최초로 개발해 양산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만들었지만,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기업 투자가 대폭 줄었다. 그사이 일본 후지쓰·미쓰비시·NEC·도시바·히타치 등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율을 크게 끌어올렸고, 결국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추면서 미국을 제쳤다. 1987년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돌았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의 수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파고들었다. 1위에 안주한 일본 기업들은 90% 중·후반대의 수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품질 검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고품질 반도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만 골몰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수율을 높여 나가고 시장에 필요한 반도체를 저가에 공급하는 동시에 차세대 공정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최첨단 반도체를 먼저 개발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기술 주도권을 쥔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을 실현하며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됐고, 일본 D램 업체들은 모두 몰락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재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 점유율 격차도 수율 때문이라고 본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점유율은 TSMC 57.9%, 삼성전자 12.4%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최첨단 3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공정 수율은 삼성전자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수율만 높이면, 시장을 뒤집을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반도체 수율(收率)

반도체 공정에서 생산된 전체 제품 대비 정상 제품 비율. 수율이 높을수록 불량품이 적다는 의미이다. 반도체 설계 기술력, 최첨단 장비 사용, 공정 효율화, 기업이 축적한 노하우 등 다양한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초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수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의 생산성·수익성·기술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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