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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불가리아 9조원 수주
원전 2기 시공 우선협상자 선정

현대건설이 총사업비 140억달러(약 18조7000억원)의 불가리아 원전 건립에 있어 원전 시공 사업(최대 8조~9조원 규모)을 따냈다. 2009년 우리나라가 원자로 공급과 시공을 모두 담당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최대 규모 해외 원전 사업 수주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암흑기' 때 끊겼던 원전 수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국내 원전 생태계가 복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시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 최종 계약은 발주처인 불가리아 원자력공사와 협상을 거쳐 오는 4월 체결될 예정이다.

현 정부 들어 이집트·루마니아 등 해외 원전 수주에 성공하고 국내 원전 건설을 재개하면서 산업 생태계도 살아나고 있다. 원전 일감은 2022년 2조4000억원에서 올해는 3조3000억원으로 늘었고, 원전 학부·대학원 입학생 수도 2021년 681명에서 작년엔 751명까지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전 수출에 공을 들였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 자체가 붕괴 위기에 내몰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끊겼던 글로벌 원전 발주가 2010년대 후반부터 재개됐지만, 지난 정부에서 수주 실적은 전무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해외 원전 수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2022년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일부 시공 사업을 따냈고, 작년엔 루마니아 원전 설비 건설과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2022년 폴란드와도 한국형 원전 2~4기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현지 공관과 코트라(KOTRA) 등이 나서 불가리아 정부와 의회 관계자를 만나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는 현재 러시아가 건설한 원전 2기가 운영 중이며, 불가리아 정부는 2035년 가동을 목표로 2기를 새로 짓는다. 새 원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AP1000'이 들어간다. 현대건설은 부지 정비, 원자로와 터빈 설치, 부속 건물 건설 등 전체 시공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는 미국의 벡텔과 플루어 등 글로벌 건설업체 5곳이 참여했지만, 불가리아 정부의 입찰 자격 사전 심사를 현대건설만 유일하게 통과했다.

원전 시공도 원자로 같은 핵심 설비 못잖은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원자로가 들어가는 돔 형태의 격납 건물은 비행기가 와서 부딪히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두께 100cm를 넘는 철근 콘크리트 벽으로 짓고, 사고 때 방사능 누출이 없도록 완전 밀폐 형태로 정밀 시공해야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국내 중소 원전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향후 예정된 원전 수주전도 노리고 있다. 이르면 오는 6월 체코 정부가 발주한 원전 4기의 입찰 결과가 나온다. 최근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자격 미달로 탈락하면서, 사실상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형 원전뿐 아니라 폴란드·우크라이나·루마니아 등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소형모듈원전(SMR)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 추가 원전 예정지 기고자 : 이성훈 기자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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