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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뉴대성병원 비상근무 현장

25일 오후 1시 40분 경기 부천의 중형 병원인 '뉴대성병원'에 구급차 한 대가 도착했다. 길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이었다. 얼굴에는 큰 상처 3~4개가 있었다. 응급실로 남성을 옮긴 의료진은 바로 '긴급 대기' 중이던 성형·일반외과 전문의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를 논의했다. 남성은 이곳에서 CT(컴퓨터 단층 촬영)를 찍고, 응급조치를 받은 뒤 퇴원했다. 응급실에 실려온 지 3시간 만이었다.

뉴대성병원은 지난 23일 24시간 긴급 근무에 돌입했다.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환자들의 혼란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경기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했고, 응급실 운영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존엔 일반의 2명만 돌아가면서 당직을 섰지만, 각 과 전문의 17명이 돌아가면서 평일 야간과 주말에 당직을 서기로 했다. 이들은 24시간 '온콜(on-call·전화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언제든 전문의가 출근하기로 했다.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중형 병원은 있지만, 뉴대성병원처럼 운영 시스템을 바꾼 건 이례적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 병원 의사들은 정부 정책인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응급 환자가 갈 곳이 사라지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병원 홈페이지에 '의료 대란으로 인한 24시간 응급실 및 24시간 각 과 전문의 비상 진료 체계 개시'라는 공지문도 올렸다.

이날 당직을 서고 있던 유서연(34) 소화기내과 전문의(과장)는 "평소보다 응급실에 환자가 2~3배 정도 많이 오고 있다"며 "원래 응급실 당직을 서지 않아서 쉽지 않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프신 분들이 오늘도 많이 찾았는데 이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유서연 과장은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유 과장은 "그러나 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이나 후배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과 별개로 당장 의료 공백으로 인해 응급한 진료가 필요한 분들이 갈 곳이 사라지는 상황은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모든 의사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모두가 힘들어진다"며 "정부와 의사 갈등이 원만하게 합의되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했다.

간호사인 진료협력센터 김미라 실장은 "전공의 파업이 길어지면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게 되는데, 그런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사는 물론 간호사 등 의료진 모두 적극 동참했다"고 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진료 공백의 피해를 환자가 보게 되면 의사가 정부와 환자 양쪽에서 욕을 먹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부천시 주민 김모(57)씨는 "남편이 어제 석공 일을 하던 중 넘어져 오른쪽 다리를 다쳤는데, 근처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며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대란이 닥쳤는데, 이런 중형 병원이 주말에도 24시간 운영을 해서 다행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박장명(72)·최희숙(67)씨 부부도 이날 응급실을 찾았다. 이들은 "목이 아프고 감기 몸살 기운이 있는데 응급실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놔주니 조금 상황이 낫다"고 했다.

뉴대성병원은 1965년 개원한 대성의원의 후신으로 작년 10월 '뉴대성병원'으로 재개원했다. 전문의 17명이 있는 2차 종합 병원으로 전공의는 없다. 기존에도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일반의인 당직 의사가 홀로 환자를 보는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기고자 : 부천=박정훈 기자 부천=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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